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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약관 심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약관심사 후 수리를 결정하면 정식 상품 출시가 가능해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약관심사에 들어간 상품을 금융사 내부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은 가능하나, 약관 수리 전에 서비스나 상품 출시는 불가하다”며 “현재 금감원 내 관련 부서들과 약관을 심사 중인데, 애플페이 관련 약관이 최종적으로 수리되면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업계 예상보다 출시 시기가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통상 약관 심사가 1~2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오는 12월 안에 ‘애플페이’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달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는 애플페이 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담긴 현대카드 약관 이미지가 공개되면서 애플페이 출시 시기가 11월 30일로 알려진 바 있다. 약관으로 추정되는 문서엔 서비스뿐만 아니라 결제 방식, 시행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이 담긴 데다 롯데하이마트·이디야 등 유통업계에서 도입 움직임이 포착됐다.
관건은 ‘인프라 구축’이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성공은 ‘사용경험’, ‘혜택’, ‘편리함’이란 3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애플페이는 국내에선 일부만 사용하고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해야 하는 데다 초기 서비스가 현대카드 고객 대상으로 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용경험과 편리함 측면에서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NFC 단말기 보급률이 미미하다는 것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적어 ‘범용성’과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현대카드와 애플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애플페이의 성공이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제라는 것은 결국 습관이다. 습관을 잡기 위해선 금융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최대한 많은 가맹점을 확보해야 한다”며 “과거 애플페이가 미국에서 첫 출시된 이후 한국 시장에 여러 번 문을 두드렸었는데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이 현대카드라는 금융사와 손잡고 국내에 들어오는 것도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고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성도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서비스 도입 및 확산의 걸림돌이 되는 높은 수수료 부담과 NFC 단말기 보급 문제를 해결한다면, 브랜드 호감도가 높은 애플에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성장하면서 금융 및 산업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723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10.7% 증가한 규모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이후 최대다.
간편 결제 시장이 커질수록 카드업계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결제를 주 업으로 삼는 카드업계의 대응전략은 ‘연합’이다. 카드사들은 연내 카드사 연합 플랫폼격인 ‘오픈페이’를 출시한다. 오픈페이가 나오면 금융소비자는 카드사 결제 앱에 다른 카드사의 카드도 등록해 쓸 수 있게 된다.
다만 국내 주요 카드사인 삼성·현대카드가 오픈페이에서 빠진 데다 의견조율로 도입 시기가 늦어졌다는 점 등은 한계로 꼽힌다. 결국 카드사들도 범용성 확대와 소비자 사용경험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오픈페이의 첫 테이프를 끊는 셈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인프라 구축 문제로 당장의 영향력이 적을 수 있지만 향후 이 문제가 해결되면 빠른 속도로 시장 장악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픈페이도 이를 감안한 전략을 펼쳐야 간편 결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