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보이스피싱 '민준파' 우두머리 필리핀서 검거

30대 총책·부총책 등 국내 강제송환
금융기관 사칭 저금리 대환대출 수법
2년간 장기 추적…64명 중 22명 검거
피해자 562명 속여…피해액 총 108억
  • 등록 2022-10-20 오전 6:00:00

    수정 2022-10-20 오후 9:56:0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필리핀을 거점으로 108억원대 규모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기행각을 벌인 ‘민준파’ 조직 우두머리가 현지에서 붙잡혔다.

경찰이 필리핀에서 전화금융사기 조직 ‘민준파’의 총책 A씨와 부총책 B씨를 국내로 강제송환하고 있다.(사진=경찰청)
경찰청은 필리핀 거점 최대규모 전화금융사기 조직인 ‘민준파’ 총책인 30대 A씨와 부총책 30대 B씨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송환했다고 20일 밝혔다.

필리핀 마닐라를 거점으로 하는 범죄단체 ‘민준파’를 조직한 총책 A씨는 2017년 1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거는 ‘전화 상담책’ 7~8개 팀, 국내에서 피해금을 인출해 환전송금하는 ‘인출책’,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체계적으로 범행을 지속해왔다.

이들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대출 원금을 지정된 계좌로 입금받는 방식의 사기 수법 등을 사용했다. 피해액은 현재까지 총 108억원에 달하며, 피해자는 562명으로 파악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020년 2월 ‘민준파’를 인지한 후 2017년도부터 2020년까지의 3년간 발생 사건을 분석했다. 이 조직의 범행사실을 파악하고 조직원들을 특정해 범죄단체조직죄, 사기 혐의로 국내 조직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총책 A씨 등 주요 피의자들은 필리핀에 체류하고 있어 경찰청에 국제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2020년 9월 필리핀 체류 중인 피의자들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았으며, 필리핀 당국과 공조하는 등 추적에 돌입했다.

경찰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화금융사기 조직 ‘민준파’의 총책과 부총책을 강제송환하고 있다.(영상=경찰청)
이번 민준파 총책 검거에서 ‘삼각공조’를 이뤘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가 추적·검거·송환 업무를 총괄하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으며, 경기남부청 인터폴국제공조팀은 ‘민준파’ 총책에 대한 첩보를 12건 수집했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사법기관과 공조를 통해 첩보의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약 2년간 장기간 추적한 결과 마침내 총책의 동선을 확보했으며, 현지 사법기관과 공조해 1주일간 잠복한 끝에 지난달 5일 총책 A씨를 검거했다. 총책의 검거 사실을 눈치채고 급하게 다른 곳으로 도피를 준비하던 부총책 B씨와 조직원 4명도 지난달 9일 모두 검거했다.

이로써 경찰은 필리핀에서 검거된 총책 등 6명을 포함해 현재 ‘민준파’ 조직원 64명 중 22명을 검거(구속 10명)했다. 총책과 부총책이 검거돼 국내에 송환된 만큼 여죄·추적 수사 등에 박차를 가해 나머지 피의자 40명 검거에 주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국내 강제송환을 앞두고 현지 행정절차 문제로 취소될 뻔했으나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에서 현지 검찰청과 이민청 등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극적으로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택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장은 “전화금융사기 범죄조직의 총책 등 주요 상선은 검거를 피하고자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첩보수집과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 거점 전화금융사기 총책 검거와 송환에 총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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