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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물가상승이 임금 상승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의 구조 또한 임금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상승이 또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고금리·고물가에 이어 고임금까지 나타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은 고용을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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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새로 채용될 수 있는 ‘빈 일자리’는 올 1분기 21만5572명(석달 월 평균 기준)으로 2018년 2분기(21만7482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빈 일자리율(빈 일자리 수를 전체 근로자와 빈 일자리 수의 합계로 나눈 백분율)도 1.2%로 2018년 2분기(1.3%)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빈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이 일할 사람을 뽑고 싶은데 이를 채우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업이 구인 활동을 열심히 했음에도 인력을 구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작년 3분기 11만4189명으로 2011년 3분기(12만4651명)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로 기업과 구직자간 임금 눈높이가 다르거나 기업이 원하는 경력을 가진 구직자를 찾기 어려워 채용이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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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 ‘신규 구인(17.1% 증가)’보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신규 구직’(57.6%)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런 상황들이 반전됐다. ‘신규 구인’은 작년과 올 5월 누적으로 각각 50.1%, 6.0% 증가세를 보였지만 ‘신규 구직’은 외려 7.5%, 12.0% 감소했다. 신규 구인을 신규 구직으로 나눈 ‘구인배수’는 2020년 4월 0.29배를 저점으로 우상향해 올 5월 0.72배로 높아졌다. 절대 숫자로만 보면 신규 구직 인원이 신규 구인 인원보다 많지만 추세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보다 일할 사람을 찾는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실업률까지 3.0%(5월)로 떨어지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빈 일자리율이 높고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신규로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제활동참가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미국과 달리 노동 공급의 부족은 없는 상황이지만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보다 낮아지면서 노동 공급보다 노동 수요가 더 증가해 고용시장이 타이트닝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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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직 인력의 정액 급여 인상률은 2020년 2분기 1.6%를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 올 1분기엔 4.0% 올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4.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상승에 의해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졌든, 고용시장이 타이트해지면서 임금이 높아졌든 임금 상승세는 내년까지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5월 12일~6월 2일까지 전국 570개 업체(350개 업체 응답)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임금이 작년 대비 2~5% 가량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인상률이 2% 미만으로 낮은 업체들의 73%는 내년에 임금을 올릴 계획이다. 임금 상승세는 가뜩이나 높은 물가 상승세를 또 다시 자극해 ‘임금-물가’간 상호작용으로 물가 상승세를 장기화시킬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다만 고금리·고원가에 고임금까지 나타날 경우 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급증, 오히려 일자리 축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는 꺾이지만 고용은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올해까지는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일 것이다. 방역조치 완화에 내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고용이 살아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내년에는 비용 증가에 고용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