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나는 억울하다.” 대한민국 판사들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이란다. 원고 피고 피해자 피의자 할 것 없이 법정에 서면, 제각각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게 현직 부장판사의 얘기다. 무고자든, 중범죄자든 제 나름의 사연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인 저자는 ‘한국 사회의 억울함’에 주목했다. 저자에 따르면 억울함의 사전적 의미는 ‘불공정하다는 것에 대한 감정’이다. 여러 이론과 관점들을 종합해 ‘억울함’의 근원을 파헤치면서 실제 법정서 겪은 사례들을 통해 억울함의 원인과 타당성 여부를 따진다. 또 공감 받을 수 있는 억울함은 어떤 것인지, 개인적인 억울함이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용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 유영근 부장판사(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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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016년 초판 발행 후 바뀐 시대 상황과 개정된 법률 등을 반영한 개정판이다. 5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책은 여전히 ‘공정’을 말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관통한다. 저자는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억울함과 개인이 느끼는 억울함의 간극이 좁은 나라가 좋은 나라”라며 “한국은 예전보다 상당히 괜찮은 나라가 됐지만 그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넓다”고 평했다. 문제는 억울해할 상황이 아닌데도 억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억울한 상황에서 구제받을 방법을 잘못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판사로서 수많은 사건을 다루지만 정작 자신이 접촉사고를 당하자, 억울한 심정을 억누르기 쉽지 않더라는 고백도 담았다.
이계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억울함을 공론화한 최초의 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저자가 제시한 억울함의 근원과 해법을 통해 억울함의 긍정적 측면이 발휘했으면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