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상 질병, 다른 질병에 영향 줘 사망해도 재해 인정"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업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이 다른 질병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거나 이를 악화시켜 사망해도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A씨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78년부터 1991년까지 탄광에서 분진 작업에 종사한 뒤 2016년 8월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2월 A씨에 대해 장해등급 3급 판정을 내리고 업무상 질병을 인정했다.

A씨는 이보다 앞서 2015년 11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고 2017년 6월엔 급성골수성백혈병도 진단받았다. 이후 2017년 9월 백혈병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했다.

유가족은 A씨가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은 폐질환으로 인해 전립선암에 대해 수술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이로 인해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다. 공단은 이에 대해 탄광 업무와 백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지급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분진작업에 종사했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진폐 및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나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하게 됐거나 기존 질병이 급속히 악화돼 사망한 경우에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