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로 떨어진 美 실질금리, 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0년 만기 실질금리,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이너스(-)1.18%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은 “시장에선 실질금리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동성 공급 지속, 재정부양책 불확실성 및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에 따른 경기 전망 악화 우려 등을 꼽고 있다”고 밝혔다.
10년물 명목 국채 금리는 2일 1.18%로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하락했다. 장기 금리는 통상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10년물 국채 금리 하락이 경기 둔화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는 6.5%(연율)로 시장 전망(8.4%)을 크게 밑돌았고, 백신접종률이 성인 1차 접종 기준 70%를 달성했는데도 델타 확산에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명에 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포인트 상향 조정한 7.0%로 제시했지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하향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7.0%에서 6.5%로, JP모건은 6.5%에서 6.3%로 각각 낮췄다.
이를 두고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둔화 속 고물가)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이미 파히 씨티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시장은 리플레이션(reflation)에 대한 생각에서 약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물가연동국채로 실질금리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연준이 물가연동국채 매입을 늘리면서 가격이 왜곡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준의 물가연동채 보유액은 작년 2월 1조3000억달러에서 올 6월 3조5000억달러로 증가했다.
중·EU도 실질·명목금리 하락..접종률 올라도 코로나 확산
그러나 실질금리 하락은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영국의 10년만기 물가연동국채 금리도 지난 주 각각 -1.797%, -2.893%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6월 말까지만 해도 3.2%에 가까웠던 중국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최근 2.84%까지 하락했다. 차이신이 발표한 7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을 기록, 1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IMF도 중국 성장률을 8.4%에서 8.1%로 낮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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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금리 차도 축소되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로 읽히는 장단기 금리 차는 통상 축소 또는 역전될 때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2년물 금리는 0.2% 안팎에서 안정돼 있는데 10년물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 차는 3월 1.5%포인트대에서 2일 1.00%포인트로 축소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0년과 3년물 국채 간 장단기 금리 차도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0.5%포인트 아래로 하락했다.
실제 경제지표와 시장 기대치 간 괴리를 보여주는 씨티 이코노믹 서프라이즈지수는 지난 달 30일 기준 -13.8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가장 심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를 보였다는 것은 시장 기대보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낸 경제지표가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이제 관심은 백신 접종에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꺾일 것인 지, 아니면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적응해 경기가 그나마 안정적인 회복세를 유지할 것인 지다.
이를 두고 한은은 HSBC, 노무라 등을 인용해 “일부 IB들은 코로나19 이후 장기 성장성 하락, 저축성향 상승 등으로 낮은 장기금리가 새로운 균형(New normal)이 될 가능성을 제기한다”며 “고령화 등으로 저축성향이 증가하는 데 반해 소비성향, 대출수요는 하락하고 있고 코로나는 이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란 의견”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