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현실과 겉도는 방역지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때 칭송받던 ‘K-방역’ 시스템이 사후 땜질식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누더기가 된 데다, 형평성은 없고 현실에 맞지도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결국 방역 실패에 따른 고통은 코로나19 최대 피해자인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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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한 지 3주 지났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일 현재 신규 확진자수는 지난달 7일(1212명) 이후 26일째 네자릿수대를 이어가는 중이다. 방역 사각지대가 도처에 존재하고 한 쪽을 누르면 또 다른 한 쪽이 부푸는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형평성과 실효성 논란을 일으키며 수차례 수정을 거쳐 이미 ‘누더기’가 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거리두기 개편안을 냈을 당시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인원을 2명으로 제한하면서 3명이 택시를 타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가, 퇴근길이면 가능하다고 하루 만에 수정했다.
실외체육은 애초 운동 종목별로 정원의 1.5배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으나 지난달 23일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하면서 ‘사적 모임 예외’를 추가 적용하면서 사실상 금지조치를 해제했다. 결혼식과 장례식 참여인원은 친족만 허용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친족과 관계없이 최대 49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공무와 기업의 필수 행사도 처음에는 허용했으나, 4단계 연장 때부터 숙박 동반 행사는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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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방역수칙에 ‘혼미’…“정부 뭐했나”
방역지침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고통은 오롯이 자영업자들의 몫이 됐다. 허리띠를 졸라 매고 지침에 따랐으면 확진자수라도 줄어야 하는데, 줄기는 커녕 오히려 폭증하자 언제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있을 지 끝 모를 절망에 빠진 상태다.
이데일리 취재진이 주말 동안 방문한 서울 번화가 ‘맛집’들은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올림픽 특수’도 골목상권을 피해 갔다. 2020 도쿄 올림픽 인기 종목에 속하는 야구·축구·배구 등 경기가 있었던 7월 31일 저녁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과 성동구 음식점 거리 등 서울 도심은 흡사 ‘유령도시’와 같았다.
저녁 장사만 하며 사전 예약 손님만 받는 마포구의 한 유명 중식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식당은 매해 12월, 6월 각각 반년치 예약을 한꺼번에 받으며 이마저도 금방 마감돼 한 번 식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곳이다. 해당 업주는 “저녁 손님 2인 제한으로 4인 예약이 모두 취소되면서 원래는 하지 않던 포장 판매를 한시적으로 하고 있다”며 “그나마 장사가 잘 되는 우리가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어떻겠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유명 맛집과 카페가 몰려 있는 종로구 익선동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골목마다 항상 대기 줄이 있던 익선동 거리지만, ‘불금’이었음에도 거리가 한산했다. 마포구 홍대의 유명 오뎅바는 아예 “거리두기 4단계 기간 동안 문을 닫겠습니다. 몸 건강하게 있다 다시 만나요”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장기 휴업에 들어갔다.
성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빈 테이블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아등바등 버텨오긴 했는데, 이젠 정말 힘들다”며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 다 죽는다”고 호소했다.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28)씨는 “작년 거리두기 ‘플러스 알파’로 추가 방역조치를 할 때는 처음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도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정부가 뭘 했는지 되묻고 싶다”라고 꼬집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사태 1면반이 훌쩍 넘는 기간동안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희생만 무작정 강요했다면서 거리두기 지침을 현실에 맞게 전면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소상공인엽합회·중소상공인비상행동연대 등은 “거리두기 단계 기준을 신규 확진자수가 아닌 치명률이나 중증환자 비율로 설정해야 한다”며 “업종 간 형평성을 갖춰 새 거리두기 지침을 만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