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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 대표는 “올 들어 일감이 전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는데 여기에 거래처가 실적이 악화했다는 이유로 결제를 미루면서 자금마저 부족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일부 숙련공들을 제외하고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비교적 젊은 인력들부터 계속 내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 감소 주춤했지만…제조업은 악화일로
서비스업에서 시작한 고용위기가 제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내수가 살아났을 때 회복하기 쉬운 숙박·음식점업 같은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은 대부분 수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랜 부진 끝에 올해 초 회복 기미를 보였던 제조업 고용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3월부터 고꾸라졌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8만1000명 감소해 전 산업에서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월별로는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1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올해 들어 1월과 2월엔 각각 8000명, 3만4000명씩 증가하면서 반등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고용한파가 본격화되면서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폭은 △3월 2만3000명 △4월 4만4000명 △5월 5만7000명으로 커지고 있다. 전체 취업자 수는 4월에서 5월로 넘어오면서 감소 폭이 조금이나마 줄었지만 제조업은 피해가 커진 셈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난해에 반도체 영향으로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감소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이후에 수출입 제한으로 자동차·트레일러 중심으로 감소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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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면서 서비스업 취업자수 감소세가 둔화한 것과 달리 제조업 고용 상황은 이번 달 이후에도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고용은 경기 상황을 뒤따라가는 특성이 있는 데다가, 대다수 제조업 기업이 내수보다는 수출에 중점을 두고 있어 주요 수출국들이 봉쇄를 풀고 경제 재개에 나선 후에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들이 주로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제조업은 좋은 일자리가 많아 제조업이 쪼그라들면 전반적으로 타격이 크다”며 “특히 한국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지식서비스 등 여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재정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만들고 해고를 막고 있지만 임시변통일 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교역상대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좋아져야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선 중소 부품업체가 도산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완성차 업계도 신경 써야겠지만 부품 중소기업이 이 과정에서 숙련된 인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자금경색 등 일시적인 경영 위기가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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