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절감·심리적 안정감..."독립 안 할래요"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이 악화하며 취업 후에도 부모님으로부터 물리적·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어 부모님과 동거하는 청년들을 뜻하는 ‘캥거루족’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리적·경제적인 독립을 할 능력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도적으로 부모님과 함께 산다. 이른바 ‘新 캥거루족’쯤으로 볼 수 있겠다.
이들은 독립하지 않는 이유로 대부분 생활비 절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꼽는다.
올해 2월 신입사원이 된 권효주(25·여)씨는 “힘든 하루를 보내고 부모님이 계신 집에 돌아와 쉬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는 것 같다”며 “부모님과 함께 살면 든든한 마음도 들고 효도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활비 드려" vs. "자금 모으기 위해 부모님께 의지"
‘新캥거루족’도 두 부류로 나뉜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지급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다.
올해 4월 입사한 윤다은(25·여)씨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대신 부모님께 본인 명의의 신용 카드를 드렸다. 그는 “서울 집값이 비싸기도 하고 혼자 살면 위험할 것 같다. 부모님께서도 독립을 원치 않으셨다”며 “부모님과 함께 살면 끼니도 잘 챙겨 먹을 수 있고 덜 외로워 굳이 독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병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이현욱(27·남)씨는 아직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지 못한다. 월급에서 개인 생활비를 빼고 저축해도 자금 모으기가 빠듯하기 때문.
부모들 "자녀들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지만 걱정되기도"
한편 ‘新 캥거루족’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생각을 이해하지만 역부양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작년에 입사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주부 박모씨(56·여)는 “요즘같이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에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잘 안다”며 “부모로서 아이가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자녀들을 역으로 부양해야 할지 걱정도 된다”며 “생활비를 받고 받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아이들을 언제까지 보살펴야 하는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인 아들과 함께 사는 양모씨(55·여)도 "아들이 취업하고 나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함게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생활비를 일정 부분 지급해야 한다고 아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취업 후 본인이 조금이라도 개인 지출을 계산하며 살아 봐야 추후에 독립하더라도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녀에게 집에서 제공하는 노동의 가치를 알게 해주기 위해 생활비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이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