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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oT’·‘빅데이터’ 결합 日 빅픽처…삼성의 ‘도광양회’
세계 반도체 판도에 균열이 감지된 것은 2015년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 국산화율 70%를 달성하겠다는 ‘제조 2025’를 발표한 뒤 부터다. 당시 중국은 첨단 설비와 핵심 기술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반도체 산업에 1조 위안(약 170조원)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5G(5세대 이동통신) 등 중국 최첨단 기술의 상징인 화웨이를 전방위로 제재하며 ‘반도체 굴기’를 가로막았다.
이런 미국의 행보를 지켜본 한·일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에서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 될 것에 대비, 비메모리로 눈을 돌렸다. 또 일본은 잃어버린 반도체 산업의 영광을 4차 산업과 연계한 시스템반도체에서 되찾으려 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일본 기업의 선봉에 서 있다. 손 회장이 그리는 빅 픽처(큰 그림)는 ‘21세기의 석유’라 불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의 결합이다. 손 회장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라바바와 차량 공유업체 우버,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엔비디아 등 빅데이터 기업 및 AI 기업에 투자해왔다. 또 2016년 7월엔 모든 기기를 하나로 묶는 IoT 반도체 1위 기업인 영국 ARM을 일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인 234억 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했다. ARM 인수 직후인 그해 9월 손 회장은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만나 협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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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협력 대상으로 여겨오던 일본의 태도는 지난 4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그래픽 설계자산(IP)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었다. 이를 통해 AI ‘딥 러닝’ 등에 필요한 GPU도 AMD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 같은 달 AI 핵심 기술인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 처리장치) 사업’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관련 분야 인력을 2000명 규모로 10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일본 입장에선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ARM 아키텍처와 설계 자산 기반으로 모바일AP 및 GPU를 만들던 삼성전자가 AMD와 손잡고 단숨에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분업 파트너라던 삼성전자가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AI 등 시스템반도체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일본이 사실상 삼성전자를 겨냥해 제재 카드를 꺼낸 것도 현 시점에서 견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대학 등에 교육과정을 개설해 연간 25만명의 AI 인재 배출이란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NPU 전략 발표회에서 “딥 러닝 알고리즘의 핵심인 NPU 사업 강화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며 “향후 차별화된 기술과 글로벌 기관들과의 협력, 핵심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한 차원 더 진화된 혁신적인 프로세서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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