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에서 만난 한 금융투자회사 대표는 최근 상황을 ‘위기’라고 했다. 징후가 보이면 그때부터 위기라고 했다. 그나마 여당과 정부가 자본시장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꽉 막혀 답답했던 ‘식물 국회’가 정상화하려는 움직임 역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지난달 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선 금투업계의 절박함과 초조함이 묻어났다. 앞으로 남아 있는 자본시장 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업계 대표로 발언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자본시장 발전과 관련, 시급히 처리가 필요한 법안들을 언급하며 국회의 협조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자본시장은 여전히 ‘가진 자의 놀이터’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한 대형 증권사 사장은 “국회의원을 만나면 업계 전체의 발전과 규제 해소 등을 요청하지만 ‘결국 재벌 돕자는 거 아니냐’ 또는 ‘투기 세력에 주식시장을 열어주는 꼴 밖에는 안된다’ 식의 답변만 돌아온다”고 했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직면해 있어 신규 종합증권사 진입이 과연 ‘메기 효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지적에 이어 신규 증권사가 난립하면 건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도 실제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추진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까 우려했다. 그는 “이미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위한 사실상의 선거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며 “당장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해야 후속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는데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더라도 우선순위에 밀려 언제 통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본시장활성화는 단순히 증시 부양을 위한 대책이 아닌 국민의 부 증진과 한국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총선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에 묻혀서도 뒤편으로 넘겨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