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달 한 대학교수 연구팀과 대형 회계법인 대상으로 재무제표에 무형자산을 반영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무형자산 관련 연구에 나선 회계기준원은 그간 연구를 통해 마련한 무형자산 평가 방법을 공유하고 실제 재무제표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를 논의하기 위한 킥오프 회의를 지난달 열었다. 이는 사실상 국내 처음으로 시도하는 무형자산 회계처리 관련 연구 활동이다.
무형자산 연구는 국내 주력 콘텐츠인 게임산업과 관련해 이뤄질 예정이다. 가상의 대형 게임회사를 설정하고 주요 게임들의 지적재산권(IP)이나 고객 충성도 등 무형자산의 평가 방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차대조표처럼 무형자산을 재무제표에 어떤 형식으로 기재할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될 전망이다.
이처럼 무형자산 회계인식 개선 논의에 착수한 것은 산업 환경 변화로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가치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는 2017년 기준 아마존의 기업가치 95%, 구글은 65%, 애플 62%가 무형자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코카콜라나 존슨앤존슨 등 소비재기업의 가치 역시 무형자산 비중이 90% 안팎에 달한다는 평가다. 삼성전자(005930) 뿐 아니라 네이버(035420), 엔씨소프트(036570) 등 국내 기술기업들도 무형자산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보수적인 회계기준에 재무제표와 기업가치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회계기준원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상장사의 총자산대비 무형자산의 비중은 6.0%에 그쳤다. 실제 시장 평가와 장부상 가치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다양한 무형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는 일정한 공식 개발이 화두가 됐다.
다만 재무제표 도입 후 유형자산 위주로 이뤄졌던 회계처리가 무형자산까지 다루게 되기까지는 상당 기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실제 회계기준에 무형자산 회계가 반영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며 “주석으로 기재만 하던 수준인 무형자산을 계량화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첫 걸음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