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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을 ‘최대 잠재 경쟁자’로 여겨
이 자리에선 바이든이 트럼프에 대항할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지, 만약 된다면 트럼프의 ‘아성’를 위협할 수 있을지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년 7월 13~16일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후보를 확정 발표한다.
한 참모는 당시 “갈수록 좌파적으로 변하는 민주당원들이 76세의 백인 후보에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더 새롭고, 더 신선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이 오바마처럼 유색인종도, 힐러리와 같은 여성도 아닌 데다, 고령의 이미지까지 겹친 만큼 민주당을 대표할 인물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다른 참모는 “바이든이 좌파로 쏠리는 한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실 바이든은 그동안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탐욕의 상징’으로 불리는 월가(街)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데다,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침공계획에 찬성하는 등 우파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던 인물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낼 때까지만 해도 ‘중도우파’ 성향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좌클릭’했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회의 분위기가 어찌 됐든 백악관 내부에서 ‘바이든 전략회의’가 열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트럼프가 바이든을 ‘최대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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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의에서 가장 주목됐던 순간은 한 자문위원이 “바이든은 ‘제2의 젭 부시’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을 때였다. 이 자문위원은 “미국의 대선 역사를 잘 살펴보면 (대선 본선을 향해) 이륙하기도 전에 침몰한 지지율 1위 후보자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초 공화당 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젭 부시는 당시 트럼프 후보의 조롱에 농락당하다, 세 번째 경선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 4위로 마감한 후 사퇴한 인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달여 전 이 자문위원의 발언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바이든이 아직 출마선언도 하기 전에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여성들의 폭로에 따른 이른바 ‘미투(MeToo·나도 당했다)의 덫에 걸리며 트럼프의 조롱꺼리로 전락한 탓이다.
잠재적 라이벌을 깔아뭉개길 좋아하는 트럼프는 먹잇감을 냉큼 물었다. 트럼프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15초짜리 패러디 동영상을 올리고 “잘 돌아왔다 조(WELCOME BACK JOE!)”라는 글을 올렸다. 원래 영상은 바이든이 신체접촉 논란을 해명하는 내용이었지만, 패러디 영상엔 그가 발언하는 동안 합성된 또 다른 바이든이 나타나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뒤통수 냄새를 맡는 듯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게시물을 리트윗 하면서 “당신은 일하고 있고, 대통령답다. 언제나 그렇듯”이라고 정면 대응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트럼프의 조롱 동영상은 사회관계망(SNS) 상에서 곧바로 확산하며 일파만파의 파장은 일으켰다. 트럼프의 경계대상 1호에서 조롱 대상 1호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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