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담하라. 영혼과 교감하라(Be Bold. Resonate with Soul)’라는 문구를 새로운 전사 디자인 철학으로 내걸었다.
기존 디자인 철학은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Inspired by Humans, Creating the Future)’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언한 1996년부터 사용해온 디자인 철학이다. 당시 이 회장은 “디자인에는 상품의 겉모습을 꾸미고 치장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담아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23년만에 디자인 철학을 재정립한 것은 단순한 첨단, 또는 기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기 위해서다. 개인적 감성을 중시하는 20~30대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가 핵심 구매층으로 떠오른 가운데 혁신적인 기술만으로는 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글로벌 밀레니얼 세대는 강한 개성을 바탕으로 ‘어떤 제품의 기술력이 높은가’보다는 ‘어떤 제품이 나와 맞는가’를 가장 중요한 소비 요소로 삼는 경향이 짙다. 단순히 외관적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용자경험(UX)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최대한 배려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사용자 중심이라는 기존 철학을 바탕으로 감성적 측면까지도 고려하겠다는 게 새로운 철학의 주된 내용이다.
|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혁신기술은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이제는 단순히 높은 기술력만으로는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어렵다”면서 “기존의 정중하고 차가운 아저씨 느낌의 첨단, 또는 기술기업 이미지보다는 20대 초반 여성의 감성적 이미지를 표현해 설득력을 높여가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과감한 디자인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선두 기업의 기술력을 살리면서도 사용자의 감성까지도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품 개발 과정에서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갤럭시 언팩 2019’에서 선보인 첫 폴더블(Foldable·접히는 형태)폰 ‘갤럭시 폴드(Galaxy Fold)’에도 이같은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담겼다. 폴더블이라는 혁신기술에 더해 사용자 입장에서 ‘왜 접어야 하는가’라는 디자인적인 깊은 고민 끝에 내놓은 제품이 바로 갤럭시 폴드다.
한편 삼성전자는 서울에 위치한 삼성디자인경영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7곳에 디자인 거점을 두고 각 지역에 특화된 혁신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특히 2001년 CEO 직속조직으로 출범한 삼성디자인경영센터는 시대를 앞서가는 중장기 전사 디자인 전략을 세우는 컨트롤타워(Control Tower)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디자인멤버십 1기 장학생으로 시작해 2017년 4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부사장 자리에 오른 이돈태 센터장이 총책임자다.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선행 디자인 기획, 사업부 간 시너지 제고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