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규제 완화…토론회만 하다 날 새나

해 넘긴 ‘첨단바이오의약품법·체외진단의료기기법’ 등 통과
통과 앞두고 공청회 필요성 제기…“토론회만 반복해”
DTC 항목 확대도 제자리…“규제 샌드박스 희망될까”
  • 등록 2019-01-17 오전 5:00:00

    수정 2019-01-17 오전 5:00:00

인천 송도 셀트리온에서 이 회사 연구원이 바이오의약품을 들여다보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바이오 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지만 관련 규제는 수년째 논의만 반복하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16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리와 지원을 강화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분당서울대병원서 강조한 ‘체외진단기기’ 규제완화도 결국 해를 넘겼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은 유전자치료제·줄기세포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기존 의료법·약사법 등에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통합법안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빠른 허가와 안전관리 강화 등을 통해 이 분야 혁신성을 강화하고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 법안에 대해 공청회를 생략해도 된다는 결론을 냈다가, 지난 달 입장을 뒤집어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지난달 진행한 공청회에서는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속한 허가장치 마련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면서, 다음달 법안소위에서 심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혈액·조직·체액 등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체외진단기기의 신속 승인절차 등을 도입하기 위한 ‘체외진단의료기기법’도 일각에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회 통과가 미뤄졌다. 정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별도 심사체계를 마련해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추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로 미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나 체외진단기기 등에 대한 별도의 지원과 관리는 수년전부터 필요성이 나왔는데 아직까지 토론회만 반복하고 있다”며 “법안 처리가 계속 늦춰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혈압, 혈당, 탈모, 체질량지수 등 제한적인 12개 항목만 검사할 수 있어 국내에서 좀처럼 시장이 커지지 않는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도 수년째 항목확대 논의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DTC 유전자검사 제도개선 민관협의체’가 12개 검사 항목의 확대를 논의해왔지만, 지난해 산업계를 배제하고 의료·과학·윤리계로 구성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항목확대를 원점 재검토하고 시범사업부터 하자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도 산업계를 배제한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시범사업 항목도 줄이면서 사실상 ‘DTC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주요 질병에 대해 검사가 가능한 미국과 법적 규제 없이 DTC 서비스가 가능한 일본·영국 등과는 대조적이다.

유전자 분석 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17일부터 시행하는 규제 샌드박스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산업부는 DTC를 통해 암이나 치매 유전자까지 진단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까지 복지부의 기조와 달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여전히 관계부처 협의라는 숙제가 남아있다”며 “해외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국내에서는 규제완화가 늦어져 기술이 있어도 서비스가 자리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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