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광주 집값…봉선동 아파트값 올들어 2배 껑충

올해 아파트값 7.8%↑…지방 1위
공급부족 상황서 재건축·재개발 활발
'광주의 대치동' 봉선동이 상승 주도
"집값 띄우기 위한 자전거래 의혹도"
  • 등록 2018-10-23 오전 4:00:00

    수정 2018-10-23 오전 4:00:00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광주광역시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서 지방 5대 광역시(대구·부산·대전·광주·울산)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 남구와 동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그간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적었던 게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빠르게 치솟는 상승세를 타고 광주 남구의 한 특정 아파트는 불과 7개월만에 3억~4억원씩 가격이 폭주하면서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해 가격을 부풀리는 ‘자전거래(自轉去來)’ 의혹까지 받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부산·울산은 집값 하락했는데…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광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84%나 뛰었다. 이는 지방 5대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대구는 4.04% 올랐고, 대전은 2.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울산과 부산과 각각 3.21%, 1.23% 하락했다.

광주 아파트값 급등세는 명문 학군이 몰려 있어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남구 봉선동 내 인기 아파트 단지들이 이끌고 있다. 2년 전 입주한 봉선동 ‘봉선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 아파트는 올해 1월 전용면적 84㎡짜리가 4억 3000만원에 팔린 것을 시작으로 4월 6억 37000만원, 6월 7억 4000만원, 8월 8억 4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매매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 단지 인근 ‘한국아델리움 3차’ 아파트(2014년 입주) 전용 84㎡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5억7000만~6억1000만원에 팔렸는데 값이 계속 오르면서 지난 8월에는 8억원에 거래됐다. 특히 이 단지 15층짜리 아파트는 9억 9000만원에 팔리면서 불과 7개월 만에 4억원 넘게 가격이 폭주했다. 봉선동 A공인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는 최상층에 위치한 집으로 층고도 일반 세대에 비해 높고, 테라스도 있어 비싸게 팔린 것 같다”며 “이 단지뿐 아니라 올 들어 봉선동 일대 아파트 대부분이 수억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주 지역이 그간 공급 물량이 적어 ‘새 아파트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최근 노후 주택을 헐고 새 아파트로 짓는 재개발·재건축 붐이 일면서 집값이 뛴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주변 일대 단지들도 ‘갭 메우기’ 차원에서 덩달아 오르고 있다”며 “서둘러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가수요가 가세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년~2018년) 광주에서 입주한 물량는 올해 6197가구를 포함해 2만 8763가구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는 6만 2965가구, 부산 5만 8901가구 등으로 이와 비교하면 광주는 새 아파트 물량이 턱없이 적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자 ‘규제 청정지역’인 광주에 외부 투자 수요까지 몰리며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봉선동 아파트 10건 중 1건 거래 취소

일각에서는 광주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일부 거래 물건 중에는 잔금을 치르기 전에 계약을 취소해 가격을 부풀리는 자전거래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자전거래는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있지도 않은 거래를 실제로 있는 것처럼 꾸며 실거래가를 신고했다가 취소하는 수법을 말한다.

실제 광주 남구청에 따르면 최근 봉선동의 주요 아파트에서 거래된 10건 중 1건 이상의 거래가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도금까지 낸 뒤 잔금 직전에 아파트 거래를 취소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그간 광주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적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았던 지역으로 가격 상승의 원동력은 충분했다”면서도 “다만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고 새 아파트가 아닌 구축 아파트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일부 투기적 수요에 의해 가격이 오른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값 급등세와 함께 자전거래 의혹까지 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광주를 투지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광주시도 지난달 말부터 ‘부동산 불법거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거래가격 허위신고, 다운계약 강요, 다운·업 계약서 작성과 허위신고 등 불법 행위에 관한 신고 접수 및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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