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값 급등했는데…거꾸로 가는 물가 통계

전·월세값 하락이 물가 지표 끌어내려
  • 등록 2018-09-18 오전 5:00:00

    수정 2018-09-18 오전 5:00:00

서울시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요즘 삼삼오오 둘러앉기만 하면 떠오르는 화제가 부동산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폭등세 때문이다.

그런데 공식적인 물가 통계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매매가는 통계에 반영 자체가 안 되는 데다, 그나마 포함되는 전·월세 가격은 거의 10년 만에 가장 둔화해서다. 부동산 광풍(狂風)이 공식 물가 통계를 오히려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중 전세 부문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2%를 기록했다. 2009년 12월(1.2%) 이후 8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세 물가는 올해 4월부터 이후부터 5개월째 1%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월셋값의 둔화는 더 가파르다. 지난달에는 0.3%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째 하락세다. 2000년대 중반(2004년 8월~2006년 8월) 이후 이 정도로 월세 가격이 떨어진 적은 없었다.

이는 전·월세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에 불과했다. 1% 초중반대 저물가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토지·아파트·주택·상가 등의 매매 가격 상승은 물가 통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정부의 지표 물가가 소위 ‘미친 집값’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토지 등은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상품이 아니라는 게 경제학적인 근거이지만, 땅값 상승이 물가 상승을 크게 상회하는 경제 하에서는 현실적인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기치 못한 부동산 변수가 경제정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공식 통계를 보고 각종 경제정책을 하는 게 맞는다”면서도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간 괴리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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