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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3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될 국내 주요 기업 사외이사들의 특징은 ‘코드 맞추기· 권력기관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활약했던 보수성향 인사들이 내준 자리를 10여 년전 참여정부 실세로 활약했던 인사들이 대거 꿰찼다.
경영진과 독립적인 위치에서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외이사 본래 취지에 맞게 외국인, 여성, 기업인 등으로 다양성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 같은 결과는 12일 이데일리가 국내 15대 그룹(대기업집단) 상장 계열사 30곳의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서 나왔다.
참여정부 출신, 사외이사서 독보적
김성진, 김대유, 이강철, 정상명, 권오규…. 이번에 주요 기업에 사외이사로 추천된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다. 보수정권으로 바뀐 뒤 활동이 뜸했던 이들이 10년 만에 주요 기업 사외이사로 부활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던 포스코와 KT는 일제히 친여권 인사를 사외이사로 이사회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이 문재인정부에서 임기를 보장받기 위한 ‘외풍막이용’ 사외이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로 참여정부 때 검찰총장을 역임한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GS건설(006360)에,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한 권오규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중공업(009540)에 사외이사로 내정됐다.
이같은 ‘코드 맞추기’ 인사는 기업들의 친정부 인사 영입은 사외이사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외이사는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독립성을 갖춰야 주주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력기관 출신 선호 현상 뚜렷
참여정부 출신이 아니더라도, 권력기관의 고위 관료 인기는 여전히 높았다. 롯데푸드는 송찬엽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출신을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기아자동차는 한철수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LG화학은 김문수 전 국세청 차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재선임된 인물을 포함해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는 롯데그룹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한화그룹 8명, 현대자동차그룹 7명, 삼성그룹 6명, 현대중공업그룹 5명 등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동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현대글로비스는 이동훈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사외이사, 이사회 1번 참석에 보수 600만원 꼴
사외이사 역할에 비해 보수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공시하지 않은 두산·두산중공업을 제외한 기업 28곳의 2017년 기준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6500만원이다. 감사위원회 등 기타 활동을 뺀 이사회 개최 횟수는 평균 11.1회로 이사회에 1번 참석할 때마다 590만원가량을 받은 셈이다.
1인당 평균 연간 보수가 가장 많은 곳은 KT(8600만원)이었고 LG전자·LG(8400만원), 삼성생명(8260만원), 삼성전자(8200만원), SK텔레콤(807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진과 대한항공은 연간 보수가 각각 3600만원, 39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이사회 1회당 연간 보수가 가장 높았던 곳은 LG전자·LG(105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삼성전자(1025만원), CJ(970만원), KT(860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