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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식(56) 제주반도체(080220) 대표는 17일 경기 판교에 위치한 이 회사 R&D(연구개발)센터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4세대(4G) ‘LTE’(롱텀에볼루션) 이동통신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통신기기에 쓰이는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회사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제주반도체는 2005년 본사를 제주로 옮긴 후 사명을 이엠엘에스아이에서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박 대표가 2000년 창업한 제주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다. 팹리스는 자체 공장 없이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반도체 R&D 중심 회사를 말한다. 통신용 반도체 글로벌 1위인 미국 퀄컴이 대표적이다.
통상 팹리스 업체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제주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영위한다.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과점하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올해 기준 1238억달러 규모다. 내년에는 6.8% 늘어난 1321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틈새시장이 있음을 확인한 박 대표는 삼성전자를 나와 곧바로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시작은 순탄했다.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인 우리나라에서 관련 인력을 확보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운도 따라줬다. 글로벌 1위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와의 거래가 성사된 것. 제주반도체는 창업 4년째인 2004년에 매출액이 이미 814억원에 달했다. 이듬해엔 코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노키아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고전하며 삼성전자에 1등자리를 내줬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면서 노키아는 빠르게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최대 거래처였던 노키아의 몰락은 제주반도체 실적에 치명적이었다.
박 대표는 “한정된 거래처와 함께 3∼4개에 불과했던 제품군 등 사업기반이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08년을 기점으로 메모리반도체 제품군 확대와 함께 거래처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단기적 실적 만회를 위해 ‘우드펠렛’(목질계 바이오원료) 등 신사업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드펠렛 등 신사업은 신통치 않았고, 자금 확보를 위해 중국 업체와 추진했던 1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도 결국 좌절됐다.
과거 D램에 국한됐던 메모리반도체 제품군도 현재 낸드플래시와 ‘멀티칩패키지’(MCP) 등 2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제주반도체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797억원(영업이익 42억원)을 올리며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 566억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창사 이래 첫 매출액 1000억원 돌파도 유력하다.
박 대표는 “안정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대만 업체와 전략적 협력도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매출액 1519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우드펠릿 등 부진한 사업은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회사가 ‘환골탈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반도체는 최근 약 168억원을 들여 신사옥을 위한 부지를 매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 건물을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를 통해 낙찰 받은 것. 제주반도체는 이곳에 16층 규모로 사옥 겸 오피스 빌딩을 신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