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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최근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일본 엔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원·엔 환율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 업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화 가치 ‘급락세’
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원·엔 환율은 963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18일(961.5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원화기치 상승·엔화가치 하락)이다.
원화 가치 폭등세가 지난달 29일 이후 소폭 진정되고 있음에도, 원·엔 환율은 2년 중 최저치까지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원·엔 환율은 하락 일변도였다. 지난달 13~29일 사이 100엔당 983.10원에서 976.01원으로 하락했고, 그 이후에도 966.51원(지난달 30일), 963.16원(1일), 963.53원(4일)으로 레벨을 낮췄다.
이는 원화 강세가 주춤한 가운데 엔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기대로 인해 하락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21년까지 장기집권의 발판을 굳힌 상태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앞으로 더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112엔 수준인 달러·엔 환율이 장기적으로 120엔까지 오를 것으로(엔화 약세) 보는 전문가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됐을 때, 엔·달러 환율이 120엔까지 상승할 경우 원·엔 환율은 910원 아래로 폭락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수출 복병 ‘급부상’
상황이 이렇자 국내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강, 자동차, 조선 업종에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가치 상승이 장기화하면 일본·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업종에서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배 서강대 경제학과 대우교수는 “가격 경쟁력에서 환율은 중요한 변수”라며 “일본과 경쟁구도로 볼 때 철강과 자동차, 조선업 등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내년 조선업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갑작스러운 엔저 탓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