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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세입 부수법안 신청 안해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예산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 시행 시기를 오는 2020년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세입 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 신청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입 부수 법안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세입 예산안 시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안을 뜻한다. 국회의원 또는 정부가 법안을 발의해 세입 부수 법안 지정을 신청하면 국회의장은 국회예산정책처 의견을 듣고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세입 부수 법안으로 지정될 경우 담당 상임위원회가 11월 말까지 법안 심사를 마치지 못해도 예산안 등과 함께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정부가 예산 지출에 필요한 세금을 걷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일종의 특혜를 주는 것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25명은 앞서 지난 8월 종교인 과세 시행 시기를 내년에서 2020년으로 2년 추가로 연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세입 부수 법안 지정이라는 ‘지름길’을 거치지 않고 법 시행 마지막 문턱인 국회 본회의까지 오르려면 현재로서는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유일하다.
조세소위 59% “내년 과세 찬성”…유예는 1명뿐
그러나 본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전체(12명)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송영길·이혜훈 의원은 보좌진 대리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9%(7명)는 “종교인 과세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맞는다”고 답했다.
반면 종교인 과세 2년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원은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 1명뿐이었다. 나머지 33%(4명)는 답변을 보류했다. 사실상 조세소위 논의의 무게 중심이 ‘내년 시행’으로 기운 것이다.
이현재 한국당 의원,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도 ‘공감대 확대’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년 과세 시행에 찬성했다.
이현재 의원은 “원칙은 공감하지만, 안 내던 세금을 낸다는 인식이 있으므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후에 시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과세를 무작정 유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유예 기간이 아닌 적응 기간을 충분히 두고 세무조사 면제, 비과세 확대, 종교단체의 자율성 보장 등 완충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온·박영선·송영길 민주당 의원, 김광림 한국당 의원 등은 답을 보류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의원은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인 만큼 미리 견해를 밝히면 반대하는 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 입장 유보가 곧 과세 유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조세소위는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법안 등을 포함한 세법 심의를 할 예정이다.
보수 기독교계 반발…정부 “계속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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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부 종교계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당장 기재부는 종교인을 대상으로 8일 개최하려 했던 토론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교회와 종교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토론회에 불참키로 해서다.
이 위원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이 종교인 과세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재부가 당초 얘기와 달리 7대 종교계가 다 모이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겠다고 말을 바꿔 들러리만 서느니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도 과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찬성하지만, 법령과 준비가 미비하니 제대로 준비해서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그간 법령 보완, 종교계 의견 반영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간을 까먹어 과세자도 납세자도 준비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하면 대혼란이 일어나고 탈법과 탈세를 조장하는 과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토론회 일정을 아직 다시 잡지 못했다”면서 “계속해서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달 중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종교 단체 범위를 비영리 단체 이외까지 확대하고, 납세 안내 책자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번 조세소위 심의 과정에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대신 종교인에게 제공하는 세금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을 대신 통과시키는 ‘딜’(거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표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9월 종교인이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종교인 소득)으로 소득을 신고·납부할 때도 근로장려금(EITC)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한 상태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2015년에 종교인 과세를 이미 2년 유예하기로 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유예하자고 강하게 얘기할 사람이 누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로장려금 적용 대상 요건을 완화하고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법안을 철회하는 식으로 소위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 종교인이 종교의식 등 종교 활동을 하고 종교 단체로부터 받은 돈을 세법의 8개 소득 유형 중 기타소득, 그중에서도 ‘종교인 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물리는 것. 종교인은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신고해 세금을 낼 수도 있다. 정부는 애초 2013년 11월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자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2015년부터 과세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시행 시기를 2016년으로 1년 연기했고, 2015년 12월 종교인 과세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확히 규정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18년부터 과세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종교인 과세는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1968년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에게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며 첫 논의가 시작됐다. 내년에 제도를 시행하면 50년 만에 긴 논쟁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