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과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발판삼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가팔라, 어느새 우리 기업들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중국 기업들의 위협을 의미하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은 산업계 곳곳에서 점점 크게 울리고 있다. 삼성전자(005930)·현대자동차·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간판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술· 품질도 중국 기업과 비교해 절대 우위라고 보기 힘들다.
얼마 전 조선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보다 한참 앞서있다던 ‘컨테이너선’의 수주를 눈앞에서 뺏겼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국내 ‘빅3 조선사’가 모두 뛰어들었는데도 1조6000억원짜리 수주전(戰)에서 중국에 완패했다. 텃밭이던 벌크선·탱커 시장을 모조리 뺏기면서 세계 2위로 내려앉은데 이어, 이젠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입지가 위태롭다.
중국은 조선· LCD뿐 아니라, 우리가 주력으로 삼는 각종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양국간 기술격차가 3.3년(2015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2002년(4.7년)과 비교하면 1.4년이나 좁혀진 것이다. 미래 성장잠재력을 보여주는 특허 출원수는 오히려 중국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많다. 인공지능(AI), 드론 등 차세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100에 가까울수록 치열한 경쟁을 뜻하는 양국간 수출경합도는 디스플레이(93.6), 석유제품(88.8), 반도체(64.3), 무선통신(62.4) 등 우리 주력산업에서 특히 높았다. 두 나라의 수출경합도가 평균 44.8점인 것을 감안하면 주력산업을 두고 두 나라가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 지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은 더이상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생산기지가 아니다. 막강한 자본력과 정부의 무한한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기술 격차를 벌릴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주력산업의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수교 30년이 되는 2022년,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추격할 지 고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