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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마음에 전세 계약을 진행하던 안씨는 며칠 뒤 돌연 계약 의사를 철회했다. 집주인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조금 일으켰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이 마음에 걸려 확인해 보니 집에 설정된 근저당액이 1억 4000만원이어서 전세보증금(7000만원)을 합하면 집값(2억 1000만~2억 2000만원)과 맞먹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안씨는 “전셋값이 너무 싸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자칫 재계약 때까지 보증금 떼일 걱정에 잠을 못 이룰 뻔했다”고 말했다.
신규 입주 봇물…향후 2년간 77만가구 집들이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일대 신규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같은 면적이라도 전세보증금이 최대 1억원 넘게 싼 전셋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단지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상황에서 대출 비중이 높은 전셋집은 시세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내놓아야 겨우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싼값에 무턱대고 대출 비중이 높은 전세 아파트에 들어가면 이른바 ‘깡통전세’(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에 육박해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높은 주택) 세입자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앞으로 2년간 예정된 입주 물량도 만만찮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총 38만 2741가구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입주 물량(28만 8658가구)과 비교하면 32.6%, 종전 최대치인 2008년 물량(32만 336가구)보다 19.4% 늘었다. 2018년에는 이 보다 더 많은 39만 456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경기권 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내년 1월 입주하는 화성 동탄2신도시 ‘사랑으로 부영’ 전용 84㎡형은 적게는 3000만원, 많게는 시세(2억 9000만~3억원)의 반값인 1억 5000만원짜리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융자를 많이 낀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전셋값을 계속 내리고 있다”면서도 “전셋집 얻기가 여의치 않는 젊은 부부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전세로) 들어가겠다며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입주 단지에서 전셋집을 구할 때는 싼 가격에 현혹되지 말고 주택담보대출액 비중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 본부장은 “집에 설정된 근저당액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집값의 70%를 넘으면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며 “계약 직전 입주할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서 선순위 여부를 확인하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나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전세금보장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