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정치학]④분열과 고립…사회적 비용 커진다

갈등 조장하고 이방인 배척
글로벌화 중단 우려
  • 등록 2016-05-25 오전 5:15:00

    수정 2016-05-25 오전 5:15: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그리고 로드리고 두테르테(71)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이 둘은 ‘막말정치’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다. 이제 그 이후가 문제다. 막말 정치인들은 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히스패닉과 무슬림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으면서 백인과 유색인종, 이민자간 편가르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선거운동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인종주의와 반(反)이민정서를 퍼뜨리면서 결국 사회문제만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속해 있는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아직도 그를 견제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은 두테르테의 경우 독재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市) 시장으로 재직할 때 자경단을 운영하며 범죄자 1000여명을 재판 없이 처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2006년 폐지된 사형제도를 부활시키고 체포 과정에서 경찰에 저항하는 범인을 바로 사살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는 결국 인권탄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앞두고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56) 필리핀 대통령은 두테르테를 독재자로 칭하며 필리핀을 또 다른 테러 상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악의 경우 민중선동과 형편없는 통치가 있었던 과거 시대로 되돌아 갈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막말정치가 이어지면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느끼는 피로도나 염증도 심해질 수 있다.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데에는 더욱 큰 비용과 댓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경제적으로도 오히려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세계 트럼프류(流) 정치인들이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면서 표심에 호소하고 있지만 이들이 내놓은 대책은 더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부분 세계화나 자유무역주의 반대론자들이다. 이들이 보호무역주의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글로벌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오스멘 만뎅 뉴스파르타 자산운용 리서치책임자는 “중남미 독재정권 붕괴와 아시아 외환위기,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세계화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는데 이들 막말 정치인들의 행태는 글로벌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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