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선진국들이 경기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불황을 비교적 모범적으로 탈출하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짐 클리프턴 회장이 웹 비즈니스 저널 최신호에 기고한 글을 보면 미국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미국의 기업가 정신은 죽었으며 미래가 몹시 걱정된다고 밝혔다. 좀 더 설명하면 이렇다. 미국 인구통계국이 자료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08년을 기점으로 폐업하는 사업자 수가 창업자 수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나 월스트리트가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창업자 수가 폐업자 수를 역전시키지 못하는 한 경제 호전은 허구라는 것이다.
클리프턴 회장이 이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현재 고민중인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70억 명이 넘는 세계인구 가운데 좋은 일자리는 12억 여개에 불과해 일자리 부족은 전 세계가 당면한 고민이다. 이에 따라 향후 30년 동안 양질의 일자리를 누가 많이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 패권국이 결정된다. 미국 정부는 경기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저금리 정책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 그 효과를 일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착시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클리프턴의 주장이다. 미국은 비즈니스 창업활동 지표에서 헝가리,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등에 뒤진 12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혁신 아이디어가 아무리 넘쳐나도 이를 사업과 고용으로 연결시킬 기업인이 없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에 ‘기업가를 찾아 나서라’는 그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그런데 기업가 역할이 일자리 창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중국 사례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것이 가짜 달걀 등 불량제품이 떠올라 중국에 대한 신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을 세계적 톱 반열에 진입시킨 알리바바그룹이 지난해 가을 금융서비스 사업들을 한데 모아 약칭 ‘마이진푸’라는 이름으로 금융그룹을 출범시켰다. 물론 핵심 사업은 온라인 플랫폼과 금융을 결합한 것인데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금융그룹이 중국 최초의 민간신용정보 제공 서비스업체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회원 신용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해 사기결혼은 물론 사기대출도 막아 중국사회를 신용있는 사회로 바꾸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마윈과 같은 기업가 한 사람이 국부창출은 물론 중국의 오랜 악습까지 없애는 사회개혁자 역할까지 담당한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박근혜 정부가 2년 전 출범하면서 고용률 70%사회 달성과 창조경제를 화두로 던졌는데 이러한 정책적 방향은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글로벌 관심사를 관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듯이 혁신적 아이디어가 아무리 넘쳐나도 이를 실행에 옮길 기업가가 없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진 가운데 20대 젊은층 사이에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100조원 규모 자금이 우리 기업가들, 특히 젊은 기업가를 찾아나서는 일에 마중물로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