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시장 톺아보기]①침대는 과학이 아니라 광고?

에이스침대, 매출의 14%는 광고비로 펑펑..연구비는 `찔금`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보다 높아..고가 제품 논란 가중
  • 등록 2013-07-01 오전 7:53:04

    수정 2013-07-01 오전 9:06:27

[이데일리 민재용기자]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결혼 준비를 위해 귀국한 이세라(29세)씨는 최근 300만원대 에이스침대 제품을 신혼 침대로 구입했다. 미국에서 실용적인 중저가 침대를 주로 사용했던 이씨는 저렴한 침대를 사고 싶었지만, 어머니를 비롯한 남편, 시어머니 등이 모두 에이스침대를 적극 추천해 고가의 침대를 구매한 것.

이 씨는 “침대 값이 다소 비쌌지만 주위 분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에이스침대를 구입했다”며 “미국에서는 잘 몰랐는데 한국에서 에이스침대의 인기와 선호도가 꽤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급 이미지로 시장 장악..광고비는 펑펑

에이스침대는 국내 매트리스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1위 업체다. 1990년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우고 고급 침대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면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20여 년째 고수해 오고 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익, 광고비 추이(단위:억원)
고급침대의 대명사답게 에이스침대(003800) 가격은 타사 제품에 비해 1.5~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퀸사이즈 기준 에이스침대의 매트리스 가격은 53만~270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에이스침대와 같은 스위스 레멕스사의 스프링 제조 기계를 사용하는 한샘의 퀸사이즈 매트리스 가격은 99만~179만원에 불과하다.

에이스침대 측은 연구 개발, 제품 제조 공정 등이 다른 상황에서 타사 제품과 가격을 일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에이스만의 스프링 제조기술 노하우, 고급소재 사용 등을 자사 매트리스의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에이스침대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스프링 제조기술이 뛰어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침대회사들도 에이스침대 못지않은 스프링 제조 기술을 갖췄다고 맞서고 있고, 타사의 최고급 사양 침대도 에이스침대 못지않은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에이스침대의 광고 비용은 회사 규모대비 과도한 수준이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251억원의 광고비를 사용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1768억원의 14.1%에 달한다. 특히 이 광고비는 에이스침대의 지난해 판매관리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에이스침대가 우수한 스프링 제조 기술의 기반으로 내세웠던 연구개발 비용은 지난해 13억원에 불과 매출액 대비 0.73%에 불과했다. 과도한 광고비 지출이 제품 판매 비용에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의 동생 안정호 사장이 운영하는 시몬스의 광고비 집행은 한술 더 뜬다. 시몬스는 지난해 광고비로 총 144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매출 913억원의 15.7%에 달하고 있다. 이 광고비도 시몬스 전체 판매관리비의 40%에 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스침대가 대규모 광고로 단기간에 업계 수위자리를 차지하자 형제가 시몬스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TV광고 노출 빈도만 본다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능가하는 영업이익률..제품 고가 논란의 핵심

에이스침대의 영업이익률이 20%대를 웃돈다는것도 제품 고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상 20%대 이상의 영업이익률은 휴대전화, 컴퓨터, 게임산업 등 정보통신(IT) 업계에서나 가능한 얘기로 제조업체에서 이 정도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45%로 에이스 침대의 20.7%에 한참 못 미쳤다. 국내 게임업계 2위인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률(20.1%)도 에이스침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IT산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콘텐츠가 제품의 경쟁력을 가르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남들보다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 콘텐츠만
▲주요가구사와 IT 업체 지난해 영업이익률 추이
으로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는 벤처기업가들이 IT업계에 많이 탄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제조산업인 가구 산업은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보다는 투자 설비 비용, 인건비, 유통 비용 등이 제품 가격과 수익률에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 에이스침대의 스프링 제조 기술력이 타사에 비해 우수하더라도 IT업계에서나 가능한 20%의 영업이익률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장사를 잘한 한샘의 영업이익률은 5.5%였으나 나머지 업체는 적자를 내거나 1~3% 안팎에 머물렀다”며 “가구업체가 2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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