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르포]부산 영도, 김무성 대세론 속 野性 꿈틀

  • 등록 2013-04-18 오전 6:30:15

    수정 2013-04-18 오전 8:33:34

4·24 재보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단 3석의 국회 의석이 걸려있는 이번 선거가 남다른 조명을 받는 건 여·야 거물급 후보들의 출마 때문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정책학부)는 “이번 선거는 전국적 이슈는 아니지만, 안철수 후보나 김무성 후보 등 인물 이슈가 부각되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 정계개편이나 집권여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찌감치 판세가 정해졌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그러나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선의 특성상 ‘조직력’이 최대 변수라는 점에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데일리 정치부 기자들이 4·24 재보선 선거구를 직접 찾아 후보들을 만나고, 주민들의 민심을 들어본 결과도 마찬가지다. 6일뒤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편집자주]

[부산=뉴시스]부산 영도 재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들이 유세를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민주통합당 김비오, 통합진보당 민병렬 후보.


[부산=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야성(野性)이 강하긴 해도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가 거물 아닌교. 영도발전에 더 도움이 되겠지예.”

4·24 재보선이 채 열흘도 남지않은 지난 15일 오전 9시. 부산대교를 건너는 택시 안에서 기사 한천택(67)씨는 “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와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 둘 다 지지율이 그리 높진 않다”고 했다. 영도의 길목인 부산대교와 영도대교 쪽에 각각 걸린 김무성 후보와 김비오 후보의 현수막 사진을 가리키면서다.

한씨의 말대로 영도에는 ‘김무성 대세론’이 강한 듯했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대해서도 다소 너그러워 보였다. 영도구청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이근우(55)씨는 “부산은 원래 여당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김무성 후보를 만난 것은 오전 10시 청학2동 노인대학에서였다. 빨간 점퍼에 청바지 차림의 그는 부산대교 앞에서 출근인사를 막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어르신들과 만난 김무성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말을 유독 많이 했다.

연단에 선 그가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박 대통령이 어려운 것 같아 걱정되죠”라고 묻자 어르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거 슬로건인 ‘확실한 영도발전’도 박 대통령과 연관지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면) 저에게 힘이 많이 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하는 동시에 정권 심판론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이후 그의 선거 승합차에 동승한 기자가 최근 인사청문회에 대해 묻자 “검증한답시고 모욕을 주고 집안을 들쑤셔놓는데 어느 인재가 공직을 맡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지역경제의 가장 큰 몫인 한진중공업도 일감이 없다”면서 “(친조카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도 전화하는 등 수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서는 작정한듯 5분 가까이 설명했다.

다만 대세론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무성 후보측 관계자는 “내심 70% 지지율까지 바라보긴 한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더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야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영도는 호남·제주 출신이 40%를 넘을 만큼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곳이다. 5선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지난 18대 총선거에서 불과 800여표 차로 당선됐을 정도였다. 동산동에서 수퍼마켓을 하는 최정화(55)씨는 “김무성 대세론이 있긴 하지만 영도는 우리 어머니세대부터 야성이 워낙 강했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영선동 흰여울문화마을 앞에서 만난 김비오 후보도 야성을 기대하는 듯 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김무성 후보의 지지율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김무성 대세론에 대해서는 “김무성 후보가 거물이라면 해양수산부를 영도로 가지고 왔어야 했는데 결국 세종시에 빼앗기지 않았느냐”면서 “영도토박이인 김비오만이 진정 영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후 6시30분 동삼동 주공3단지에서 퇴근인사 중이던 민병렬 후보 측도 “이번엔 바꿔야 한다”고 했다. 민병렬 후보는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37.6%의 득표율로 이재균 새누리당 후보(43.8%)에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유세 중이던 한 관계자는 “최근 20여년간 여당만 영도에서 계속 했지만 별로 발전된 게 없다”고 일갈했다.

다만 야권 단일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도 적지 않았다. 김비오 후보와 민병렬 후보가 하나로 합쳐도 김무성 대세론에 대항하기 어려운데 둘이 찢어져 있다는 것이다. 김비오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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