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웃돈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제너럴 모터스(GM), 프록터 앤 갬블(P&G) 등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장중 내내 상승세를 나타내던 주요 지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발표 이후 가파르게 하락,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보합권으로 밀려났다.
이날 연준은 월가의 예상대로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25b씩 인하했다. 그러나 성명서가 기대와 달리 `금리인하 종료` 가능성을 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우려로 이어지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1분기 GDP는 재고 증가와 수출 호조 덕택에 증가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소비와 기업투자 등은 위축돼 우려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ADP가 발표한 4월 민간고용은 예상 밖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 시카고 지역의 제조업 경기는 3개월 연속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820.13으로 전일대비 11.81포인트(0.09%)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2412.80으로 13.30포인트(0.55%) 내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385.59로 5.35포인트(0.38%) 밀렸다.
국제 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 영향으로 이틀째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2.17달러(1.9%) 하락한 113.46달러로 마감했다.
◇연준, 금리·재할인율 25bp 인하..`관망 시사`
연준은 이날 월가 예상대로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25bp씩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004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연 2%로, 재할인율은 2.25%로 낮아졌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총 일곱차례에 걸쳐 325bp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금융시장이 상당한 압박 아래 놓여있으며, 신용 경색과 주택시장 위축이 심화돼 향후 수 분기 동안 경제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금리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인 경제와 금융시장의 전개과정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실질적인 성장과 물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 행동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필요하면 행동에 나서겠다`에서 "시의적절한(timely)`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경기하강 리스크(downside risk)가 남아있다`는 문구도 없애 당분간 그간 단행한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조치의 효과를 주시하며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임을 암시했다.
또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통화완화 정책(금리 인하를 의미)은 향후 완만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경제활동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혀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자신감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다소 개선됐으나 에너지와 상품 가격은 상승하고 있고, 일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분기동안 완화될 것"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유지, 통화정책이 당분간 금리인상을 의미하는 긴축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금리인하도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못했다. 리차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1Q GDP 성장률 0.6%..`재고·수출↑`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재고 증가와 수출 호조 덕택에 증가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소비와 기업투자 등은 경기후퇴(recession)를 예고하고 있어 우려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1분기 GDP 성장률(예비치)이 전분기와 동일한 0.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2%를 웃돈 것이다.
재고 증가와 달러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 덕택에 1분기 GDP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다.
재고가 전분기대비 18억달러 늘어나면서 GDP 증가에 0.8%포인트 기여했다. 그러나 재고 증가는 차기분기 성장률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신호다.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업투자는 전분기 6.0% 증가에서 2.5% 감소로 돌아서 4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GDP의 0.3%포인트를 갉아먹었다.
주택투자는 전분기 25.2%에 이어 26.7% 줄어들면서 지난 1981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GDP의 1.2%포인트를 끌어내렸다.
수출 증가율도 둔화 추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율은 전분기의 6.5%에서 5.5%로 하락했다. 수입은 2.5% 늘었다. 무역은 GDP 증가에 0.2%포인트 기여했다.
성장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소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GDP 물가지수는 연율 2.6%로 1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0%를 기록,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안심권인 1~2% 이내에 들었다.
정부 지출 증가율은 전분기와 동일한 2.0%를 기록, GDP 증가에 0.4%포인트 기여했다. 연방정부 지출은 4.6% 늘어났고, 주정부 지출은 0.5% 증가했다.
와코비아의 마크 비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권에 들어설지는 알 수 없지만 경기가 후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고 증가분을 제외하면 1분기 GDP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GM·P&G `상승`-씨티 `하락`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GM(GM)이 9.4% 급등했다.
GM은 이날 1분기 32억5000만달러(주당 5.74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동기 6200만달러(주당 11센트)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특별항목을 제외한 1분기 순손실은 3억5000만달러(주당 62센트)로 톰슨 로이터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 1.6달러보다는 손실폭이 적었다.
남미 등 해외 매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자회사 GMAC의 모기지 손실을 모두 메우지는 못했다.
세계적인 소비재 업체인 P&G(PG)도 1.8% 올랐다.
P&G는 회계년도 3분기 순이익이 27억1000만달러(주당 82센트)로 전년동기 25억1000만달러(주당 74센트) 대비 7.5%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주당 81센트를 소폭 웃도는 수준.
해외 매출의 호조와 달러 약세, 비용 통제 덕택에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풀이됐다.
크래프트 푸드(KFT)도 2.8% 상승했다.
반면 미국의 최대은행 씨티그룹(C)은 신주발행에 따른 물량 부담 우려로 4% 하락했다.
씨티는 이날 신주 발행(증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30억달러에서 45억달러로 50%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디어 거물 타임워너(TWX)도 2.8% 내렸다.
타임워너의 1분기 순이익은 7억7100만달러(주당 21센트)로 전년동기대비 3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22센트로 월가 기대치인 23센트를 밑돌았다.
타임워너는 실적 부진의 원인인 타임워너케이블 지분 84%를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력인 영화 TV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부진한 AOL 인터넷부문의 회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투자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4월 민간고용 `예상 밖 증가`-ADP
ADP는 전미고용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4월 민간부문 고용이 1만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 밖 증가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는 5만5000명 감소였다.
이에 따라 이틀 뒤인 2일 발표되는 노동부의 비농업부문 고용이 월가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정부부문의 월간 고용은 2만5000명으로 ADP의 민간부문 고용을 합칠 경우 비농업부문 고용은 3만5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켓워치의 집계에 따르면 월가는 노동부의 비농업부문 고용이 8만명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카고 제조업 경기 `3개월 연속 위축`
미국 시카고 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3개월 연속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I)는 4월 제조업지수가 전월의 48.2에서 48.3으로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48.0도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지수는 3개월 연속 기준점인 50을 하회했다. 시카고 PMI는 5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을, 이보다 못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