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인사들은 5일 북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상, 자신들의 경험담 등 각양각색의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①“노 대통령, 첫날 김영남 위원장에 발끈”
노무현 대통령은 4일 밤 귀환 보고를 하면서 “첫날(2일) 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고는 잠이 오지 않더라”고 했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5일 라디오 방송에서 “김 상임위원장이 근본적인 문제를 경직된 자세로 한 시간 이상 얘기해서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동안 해준 게 뭐냐”는 식의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상황은 보다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열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첫날 김영남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주니 외세배격이니 하면서 1시간 넘게 강의하듯 하자 노 대통령이 듣다 못해 ‘다 들은 걸로 합시다’며 말을 끊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과의 회담 후 수행원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3일 오전 회담을 마치고도 진전이 없자 농담조로 “이렇게 성과가 없으면 점심 먹고 보따리 싸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②“북, 남쪽 대선에 관심 많더라”
③“뭔가 깜짝 놀랄 일 있다”
문희상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깜짝 놀랄 일이 있다. 공식 정상회담 과정과 외부 일정 과정에서 둘 다 있었는데, 며칠 후면 하나씩 나올 것”이라고 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큰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이 정치권에선 난무했다. 3~4자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의 전격적인 발표나 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회동 가능성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문 의원의 측근은 파장이 커지자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인지 다시 확인해 보니 문 의원이 ‘있긴 뭐가 있느냐’고 하더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④“김정일 활달·건강하더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환송 오찬장에서 정치인 기업인 등과 사진을 찍고 일일이 건배를 하는 등 활발하고 거침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권오성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직접 가까이서 만나보니 인상이 달랐다. 대화도 잘 이끌고 농담도 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천영세 민노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웨이터에게 와인을 7~8병 가져오도록 한 뒤 많이 드시더라”며 “환송오찬을 통해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켰다”고 했다. 천 원내대표는 또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데, 악력이 세더라”고 했다.
⑤김 국방, “의도적으로 고개 숙이지 않았다”
⑥김계관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
북핵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북핵 불능화와 관련, “우리는 최대한 빨리빨리, 성의껏 하겠다.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이 5일 전했다. 정 의장은 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에게 제6차 2단계 6자회담 공동문서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강 제1부상이 “그 정도면 됐죠”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⑦김 위원장, “친척 집 갈 때는 수시로 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3일 노 대통령이 회담 정례화를 제의하자 “친척집에 갈 때 정례적으로 가느냐. 수시로 놀러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전했다. 천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국가 간 관계에서는 정례적이지만 남북관계에서는 맞지 않다. 수시로 만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밝혔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노 대통령 임기 내 서울을 방문하는가’란 질문에 “김 상임위원장이 언제 (서울에) 올지는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