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이 강의하듯 얘기하자 “다 들은 걸로 합시다”

수행원들이 본 방북 이모저모
문희상 의원 “깜짝 놀랄 일이 있다”“며칠 후면 하나씩 나올 것” 묘한 얘기
盧대통령 “회담 정례화 하자” 제의에 金위원장 “친척집을 정례적으로 가나”
  • 등록 2007-10-06 오전 10:05:38

    수정 2007-10-06 오전 10:05:38

[조선일보 제공] 김영남이 강의하듯 얘기하자 “다 들은 걸로 합시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인사들은 5일 북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상, 자신들의 경험담 등 각양각색의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①“노 대통령, 첫날 김영남 위원장에 발끈”

노무현 대통령은 4일 밤 귀환 보고를 하면서 “첫날(2일) 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고는 잠이 오지 않더라”고 했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5일 라디오 방송에서 “김 상임위원장이 근본적인 문제를 경직된 자세로 한 시간 이상 얘기해서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동안 해준 게 뭐냐”는 식의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상황은 보다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열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첫날 김영남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주니 외세배격이니 하면서 1시간 넘게 강의하듯 하자 노 대통령이 듣다 못해 ‘다 들은 걸로 합시다’며 말을 끊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과의 회담 후 수행원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3일 오전 회담을 마치고도 진전이 없자 농담조로 “이렇게 성과가 없으면 점심 먹고 보따리 싸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②“북, 남쪽 대선에 관심 많더라”

이상열 의장은 “3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 답례 만찬에 참석한 북측 인사들이 민주당이나 신당 경선, 한나라당 후보 등에 대해 우리보다도 소상히 알고 있더라”며 “판세가 어떻고 후보단일화가 어떻다는 등 남측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북측 인사들은 “(대통합민주신당의) 동원선거가 문제되던데, 정동영과 손학규 후보는 어떻게 되느냐” “(범여권) 후보단일화는 되느냐” “(민주당) 조순형 후보는 불리한 것이냐”고 묻는 등 범여권의 경선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신당의 문희상 의원은 “북측이 한나라당을 하도 비판하기에, ‘북측이 자꾸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대선 문제를 얘기하면 한나라당을 오히려 돕는 일’이라고 했더니 ‘우리도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낙성 국민중심당 정책위의장은 “북측 인사들은 범여권 쪽에 우호적이면서 신당 통합 쪽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이명박 후보도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라는 정도로 말하더라”고 했다.

③“뭔가 깜짝 놀랄 일 있다”

문희상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깜짝 놀랄 일이 있다. 공식 정상회담 과정과 외부 일정 과정에서 둘 다 있었는데, 며칠 후면 하나씩 나올 것”이라고 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큰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이 정치권에선 난무했다. 3~4자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의 전격적인 발표나 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회동 가능성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문 의원의 측근은 파장이 커지자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인지 다시 확인해 보니 문 의원이 ‘있긴 뭐가 있느냐’고 하더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④“김정일 활달·건강하더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환송 오찬장에서 정치인 기업인 등과 사진을 찍고 일일이 건배를 하는 등 활발하고 거침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권오성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직접 가까이서 만나보니 인상이 달랐다. 대화도 잘 이끌고 농담도 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천영세 민노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웨이터에게 와인을 7~8병 가져오도록 한 뒤 많이 드시더라”며 “환송오찬을 통해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켰다”고 했다. 천 원내대표는 또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데, 악력이 세더라”고 했다.

⑤김 국방, “의도적으로 고개 숙이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꼿꼿하게 서서 악수를 해 화제가 됐던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5일 자신이 일부러 고개를 숙이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김 장관은 “아리랑 공연 때 박수를 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있었는데 옆에 있던 북측 인사에게 ‘나는 68만 군의 수장이다. 정말 아름다운 장면에선 박수를 치겠지만 북한체제 선전이나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묘사한 대목에는 박수를 칠 수 없다’고 얘기했다”며 “그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인사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앞서 일부 기자들과 만났을 때는 농담으로 “(키가 큰) 내가 고개를 숙이면 머리를 부딪칠 것 같아 그랬다”고 답했었다.

⑥김계관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

북핵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북핵 불능화와 관련, “우리는 최대한 빨리빨리, 성의껏 하겠다.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이 5일 전했다. 정 의장은 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에게 제6차 2단계 6자회담 공동문서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강 제1부상이 “그 정도면 됐죠”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⑦김 위원장, “친척 집 갈 때는 수시로 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3일 노 대통령이 회담 정례화를 제의하자 “친척집에 갈 때 정례적으로 가느냐. 수시로 놀러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전했다. 천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국가 간 관계에서는 정례적이지만 남북관계에서는 맞지 않다. 수시로 만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밝혔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노 대통령 임기 내 서울을 방문하는가’란 질문에 “김 상임위원장이 언제 (서울에) 올지는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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