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에서 30분쯤 늦게 나타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부드러운’ 인터뷰를 요구했다.
―부드럽게 비춰지길 원합니까?
“아니, 아니. 지금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하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측면에서 손주들과 찍은 사진도 내주면서 하면 재미 있다는 거지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그의 대선 캠프 사무실은 ‘사람 장터’였다. 그는 참모들과 회의를 하느라 바빴고, 또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나느라 바빴다. 이날 몇 시간 전 그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경선룰’을 둘러싸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이 더 부각된 시점이었다.
그의 참모들은 미리 “정치 현안을 질문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나는 “정치인에게 정치를 묻지 않으면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라고 대꾸했다. 그래서 이들이 또 대책회의를 한 뒤에야 인터뷰가 시작됐던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을 합니까?
“ 무슨 생각? …. 요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대응하지 말고 참아야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해요. 정치가 그냥 건전한 경쟁이 아니고, 항상 상대가 있고, 상대가 이렇게 또 이야기를 하고, 여러 가지를 불편하게 만드는 거니까. 정치는 대응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합니까?
“그런 질문에는 답변 안 하겠습니다. 그런 질문을 여기서 하면 어떻게 해요?”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것에 집착하고 있었다.
“지난 10년처럼 경제는 말로 되는 게 아냐”
―대통령은 본인이 아니면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다고 보는 겁니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누구나 경쟁해서 국민이 선택하는 거지요.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이 시대에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느냐고 판단하는 거지요.”
―이 전 시장이 만약 대통령이 되면, 우선 어떤 점에서 우리 삶이 달라질까요?
“삶이 행복해지겠죠. 지금은 일자리가 없어 불행하고 노후가 불안하고 아이들 키우기도 불안합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를 살려서 일자리도 만들 수 있고, 앞으로 아이들을 키우기도 좋고, 공부시키기도 조금 편한 교육제도를 만들 것입니다. 아이들 공부시키고 난 다음에 일자리도 구할 수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일찍 은퇴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는 거지요. 이제 90세까지 사는데 일찍 일자리가 없으면 안되잖아요. 경제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니까. 사람들은 10년 동안 말로 하는 것만을 보아왔지만, 나는 그걸 실제 이뤄낼 것으로 보는 거죠. 나에 대해 그런 신뢰가 있는 거죠.”
―그걸 본인 아니면 다른 후보들은 못한다고 봅니까?
나는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왔다.
“그건 아니고. 국민이 선택하는 거지요. 국민이 ‘저 사람은 저 것이 있구나’라고 보는 거지요. 그래서 여론조사가 있지요.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을 지지하는지 과학적 분석을 하는 겁니다. 그런 객관적 판단이 중요한 거지요.”
―언제 대통령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까?
“어릴 때는 그런 생각은 안 했고요. 기업에 있을 때 세계를 다니면서 지도자나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지도자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거죠. 저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접해본 거죠. 국회의원도 해보고 시장도 해보고 그렇게 하면서 결심을 해나간 거죠. 처음부터 어렸을 때부터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요.”
―현대건설에 재직하면서 이미 정치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군요.
“그런 건 없었고. 현대를 떠나면서 그렇게 생각했지요. 현대에 있을 때는 내가 하는 일이 제일 좋았고 거기서 최선을 다했으니까.”
“사람 쓸 때 긍정적 사고 가졌나를 중시”
―결정적으로 어느 시점에서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습니까?
“가능하다기 보다는, 도전, 도전이죠.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가 있잖아요. 여론이 그렇지 않은데 그걸 무시하고 자기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지요.”
―본인이 예상한대로 본인의 삶이 흘러온 겁니까? 아니면 전혀 예상치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까?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삶을 예상한 사람이 있습니까? 어떤 현실에 부딪힐 때, 도전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린 거죠. 가령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못 가게 됐을 때 학교를 가야겠다는 도전, 정 안 되면 야간학교라도 가야겠다는 도전, 이를 통해 삶이 자꾸 바뀌어 가는 거죠.”
―가끔은 지금 이 순간이 기적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까?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아요. 난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노력한 만큼 대가가 옵니다. 물론 노력한 만큼 대가가 안 오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그런 세상은 좋지 않은 것이죠.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 살 수 있게 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게 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생각했어요.”
―본인은 어떤 스타일의 리더라고 생각합니까?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것과 실제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상당히 밀어붙이는 방식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나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이 되는 과정에 놓였던 회사의 CEO를 지냈어요. CEO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준비 단계에서 확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민주적이어야 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많은 정보를 수집합니다. 사람들에게는 그런 숨은 과정이 보이지 않죠. 그 뒤 확정해서 추진하는 과정만 보이니까.
내가 청계천 복원을 할 때, 모르는 사람들은 선입견을 갖고 ‘아, 밀어붙였겠다’고 했는데, 야당 시장이 어떻게 그것을 밀어붙이겠습니까? 국회에서 협조 받은 것도 아니고 검찰에 협조 받은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것 없이 많은 당사자들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있었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설득이에요. 민주주의의 기본이죠. 백 번 만나서 안되면 천 번, 그래도 안되면 사천 번 만나는 거죠. 그런 인내의 과정을 거쳐서 합의가 되었단 말이에요. 청계천 주위의 상인들이나 노점상들은 그 다음부터 전적으로 협조자가 되었던 거죠.
―이렇게 자신을 PR(홍보)하는 것이 원래 성격입니까? 아니면 정치에 뛰어든 뒤 바뀐 것입니까?
“사실대로 설명을 하는 거예요. 인터뷰를 하는 거니까 내 얘기를 하는 거지. 남의 얘기를 할까요?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하면, 그런 내면적인 과정을 보지 않고 자꾸 밀어붙인다는 식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과는 다르다는 말씀이지요?
“서로 같았으면 오래 못 있었겠죠. 한 사람이 급할 때는 한 사람은 신중해야 하고, 의견 충돌로 서로 말을 안 할 때도 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과적으로 보완적이 됐고, 협력이 됐다고 보는 거죠.”
―사람을 쓸 때 무엇을 중시합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 사고를 가졌느냐는 거죠. 삶을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을 중시하지요. 정직해야 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에, 나는 관점을 긍정적 사고에 두는 거죠.”
―어떤 지시를 했는데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부하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답답한 부하들을 어떻게 합니까?
“말을 알아듣게 하면 되지요. 못 알아 듣게 지시했다면 지시한 사람도 잘못입니다.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이렇게 알아듣고 저 사람은 저렇게 알아듣죠. 거기에 맞춰서 지시해야겠지요. 사람마다 한가지 장점은 가지고 있단 말입니다. 사람을 쓸 때 어떤 면을 쓰느냐가 문제겠죠. 이럴 때는 이런 분야의 사람을 쓰고, 저럴 때는 또 저런 분야의 사람을 쓰면 됩니다. 능력·무능력을 가지고 딱 잘라서 사람을 쓴다는 것은, 아주 단순한 시대의 사고죠. 지금처럼 복잡 다양한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사람의 장점을 찾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는 사람은 날 좋아해, 솔직하니까”
―말씀은 그렇게 하는데,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이 ‘사람을 도구로만 쓴다’, ‘잘 이용해 놓고 버린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언론에 나오더라고요. 내가 볼 때는 정치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하는 겁니다. 내가 기업에서 열심히 일할 때는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정치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정치에 들어오니까 사람을 ‘도구’로 쓴다니 뭐 어쩌니 그러는데, 나는 정치 경력이 짧아서 도구로 쓸 시간도 없었어요.”
―인간 관계에서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마음이 맞으면 좋죠. 서로 통하는 것이 있으면 좋죠.”
―무엇을 하면 통합니까?
“이야기 해보면 척 알죠. 그걸 아시잖아요? 나는 내 격에 맞는 사람들보다, 나와 격이 안 맞는 사람들 중에 더 친한 사람이 많거든요. 만나면 서로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 있잖아요?”
―성격이 느긋한 편입니까? 빠른 편입니까?
“약간 빠른 편일 것입니다. 기업 CEO를 하면서 좀 빠른 쪽으로 변한 것 같아요.”
―정치판에는 잘 적응됩니까?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지요. 기존 정치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해보려고 정치를 하는 거죠. 내가 기존 정치 스타일로 한다면 지금쯤 아마 모양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도 그 쪽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재산이 약 29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정당한 재산 축적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빈곤층으로서는 이를 보고 박탈감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도 부자가 존중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반드시 돈 없는 사람이 존중 받고 돈 많은 사람이 비난 받는 시대보다는, 정당하게 돈을 벌었느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정당한 수단으로 부(富)를 이룬 것은 존중 받아야 합니다. 적게 가졌어도 정당한 부가 아닐 때는 지탄 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거든요.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줘서, 그들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겁니다. 부정적 생각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이 전 시장의 언행에 대해 핵심을 잘 짚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경박하고 실수가 잦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는데.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비교적 솔직해요. 솔직한 표현을 하는 거죠. 미사여구를 써서 가식적으로 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 언행에 대한 그런 지적은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말씀하고 싶은 욕구가 많죠?
“답답한 사람에게는 설명을 많이 해 주려고 애를 쓰지요.”
그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해 있었다.
―제가 답답합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답답한 사람들에게는 설명을 많이 해 주려고 애를 쓴다는 겁니다. 나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길게 하지요.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고 다 통하니까, 말을 잘 안 하지요.”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
“세상이 다 아니까 새삼스럽게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 분 캐릭터인데. 다만 대통령으로서 상대당 후보를 비난하는 것은,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은 아니지요. 정동영·김근태씨는 자기 당(黨)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해도 될 지 모르나, 상대당 후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거지요. 그런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盧대통령과 비교, 신경 안써요”
―자신의 언행이 굉장히 솔직한 편이라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닮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죠. 그렇게 나를 폄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요. 그렇게 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정치적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가 있죠.”
―그렇게 비교되니 자존심이 상합니까?
“대통령과 비교하는데 나쁠 것이야 없죠. 대통령이 된 사람이니까. 아무튼 그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나는 뭐, 우리 집엔 여자가 많습니다. 딸 셋에 우리 와이프, 또 우리 집안의 운전사도 여자니. 나는 페미니스트에 속하죠. 구분하자면 그 쪽에 속하죠.”
―‘페미니스트’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여성을 이해하고, 여성의 우위를 상당히 인정하는 쪽이지요.”
―양보도 하시고?
“그럼요. 철저하지요.”
―현재 라이벌이 박근혜 전 대표인데, 여성과의 대결을 통해 당초 여성관이 조금 바뀌지 않았습니까?
“그건 정치이고. 정치라는 것이 여성·남성 구분할 것이 없죠. 정치는 정치이니까. 상대방이 여성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능력 있는 지도자로 나는 평가를 하지요. 지금은 여자와 남자의 구분이 없는 경쟁시대가 왔죠.”
이후의 대목에서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내가 “지금 경선룰로 계속 다투고 있다”고 말문을 꺼내는데, 그가 “그런 질문은 아예 꺼내지도 말라”고 중간에서 막았다. 내가 다시 “질문을 더 들어보고 판단하시라”고 했고, 그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나왔다. 경선룰을 둘러싸고 그는 예민한 상태였다. 내가 “정말 그럴 작정이냐”고 물었고, 그는 “그러니 다른 것을 질문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매력은?”이라는 질문으로 돌렸다.
“솔직한 겁니다. 둘러서 이야기 하지 않고 바로 이야기 하지요. 그래서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나를 굉장히 좋아하죠. 내가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것도 아닌데, 솔직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정치를 하면서 너무 솔직한 게 단점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솔직한 것이 장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약점을 뭐라고 생각합니까?
“정치를 오래 안 해 본 것이 약점이지요. 정치라는 것이 참 험하고, 선의의 경쟁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조금 실망스럽죠. 정치를 오래 안 해봤으니까 불리한 적도 많죠. 요즘 나를 놓고 여야의 모든 사람들이 공격을 많이 해와도, 그렇게 맞대응을 못 하죠. 불리한 점이 많죠.”
―본인이 약점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닙니까?
“강점이 많으니까 공격하겠지요. 약점이 많으면 나한테 달려들 이유가 뭐 있겠어요. 강점이 많으니까 나를 무너뜨려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겠어요? 정동영씨가 이야기 잘했던데, ‘경제 관련 외에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공격했지요.”
―유럽에서는 동성애가 합법입니다. 이 전 시장은 개신교 장로인데 어떤 견해입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반대죠. 내가 기독교 장로이기 이전에,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죠. 그래서 동성애는 반대입장이지요.”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에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만약 다수 국민들이 반대해도 이를 밀고 나갈 건가요?
“정책이란 반대가 없으면 그냥 가고, 반대가 있으면 설득을 시켜야 해요. 청계천 복원도 다수의 반대가 있었죠. 잘 몰라서 반대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국민들에게 설득을 시키고 정보를 제공하면 충분히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지요.”
―언론의 비판을 받을 때 기분이 어떻습니까?
“기본적으로는 언론은 비판 기능을 가져야 하고, 이것이 없으면 언론이 될 수가 없지요. 기분 나쁜 것은 잠시이고, 사회발전 과정의 하나의 큰 축으로 봅니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앞으로 대선과정에서 최대의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전혀 모르겠어요. 현재로서는 예측이 힘들고 당분간 자기와의 싸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자신이 국민들을 향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국민들이 시대에 필요로 하는 것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자신을 충분히 알리지 못해서 그런 겁니까?
“지지율은 떨어질 수도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여론이 몇% 올라갔다 해서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전체 흐름(트렌드)입니다. 여론조사가 과학적으로 되어있으니까, 국민이 나한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잘 하시는데 언제 그렇게 형성된 것이지요?
“내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말 못한다고 사람들에게 만날 구박 받는데.”
―노래실력은 어떻습니까?
“노래 실력은 보통이에요. 노래방을 가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노래방 스타일도 아니에요. 탁 트인 데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요.”
참모들이 예정된 시간이 다 됐다고 알려왔다.
“사진 좀 잘 찍어주시오”
―피곤하시죠?
“나는 어려서부터 잠을 적게 잤어요. 습관일 거예요. 지금은 보통 자정 넘어서 잠이 들고 5시 전에 일어나요. 그 대신 깊이 자요. 그런데 내가 이 일을 남이 강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죠. 내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니까,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피곤을 덜 느끼죠. 나는 피로를 덜 느끼는데 나를 따라 다니는 사람들이 더 피곤을 느껴요. 나는 많은 사람들한테 자기가 하는 분야를 즐기라고 말하죠. 나는 직장생활을 힘들고 어렵게 했지만, 굉장히 즐기는 편이었어요. 항상 부하들에게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라고 해왔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사진기자의 주문에 맞춰 포즈를 취했다. “독자들이 기사는 잘 안 읽지만 사진은 보잖아요. 사진을 잘 찍어주시오”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