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는 여전히 견고했고,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 모두를 열어둔 유연한 통화정책에 대한 의지도 분명했다. `향후 정책 조정(future policy adjustment)`이라는 문구의 등장으로 빠른 시일내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렸던 시장의 전망이 예상보다 늦게 현실화될 수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경기둔화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우려하는 종전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시장 기대가 다소 앞서가고 있음을 지적한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맥락이다.
이를 반영해 미 국채수익률은 전일보다 상승 마감했다. 미국 시장에 밀접하게 연동해 움직이는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행진이 좀 더 연장될 것으로 보는 관점이 여기서 설득력을 얻는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여잡았던 국내 투자자들도 약하게나마 실망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8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다 9일째 잠시 주춤했던 외국인은 전날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또다시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할 경우, 안그래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불안심리를 부추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한은 총재 멘트에서 특별한 내용이 없다면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며 대기하고 있던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고 3년물이 CD 수익률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왔고, 통안 2년 금리가 국고 5년 금리와 나란히 5%대로 진입했다. 충분히 저가 매수를 타진해 볼 만한 가격이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주가 상승 등으로 경기에 대한 긍정적 해석 강도가 이전보다 높아진다면,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실망과 맞물려 불안한 심리를 더 크게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금통위 확인 후 단기적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취임 1주년 기념 대담에서 "현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과 정책신호를 명확히 전달해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열리는 금통위에서 경기와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 기대를 어느 쪽으로 유도할지 지켜볼 일이다. 시장금리는 절반쯤의 수급요인과 절반쯤의 기대가 섞여 만들어지는 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