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 주식시장 마감을 한 시간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CNBC는 갑자기 긴급 자막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버냉키 `언론이 지난주 내 의회 증언을 오해하고 있다`" "난 비둘기파가 아니라 유연한 정책을 취할 뿐"이란 자막이 바쁘게 움직인 후 갑자기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바티로모가 등장했다. 평소라면 항상 뉴저지 북부에 위치한 CNBC 본사에서 주식시황 마감 뉴스를 진행하는 그녀가 왜 시카고에 행차한 것일까. 답은 간단했다.
바티로모는 지난주 토요일인 29일 저녁 워싱턴에서 버냉키 의장과 저녁을 같이 했으며, 이 자리에서 버냉키가 자신에게 "언론이 내가 의회에서 한 발언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보도했다.
보도 직후 미국 금융시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버냉키가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했다는 점은 고유가와 달러 약세 등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최대 원동력이었다. 그런 발언을 버냉키 자신이 부인했다니 어찌 소용돌이가 없었으랴. 그것도 바티로모가 주식시장 마감 직전 뉴욕도 아닌 시카고 거래소에 나타난다는 극적인 상황까지 연출해가며 보도하니 금융시장이 뒤집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장중 6년 만에 처음으로 1만1400선 위로 올라섰던 다우 지수와, 5년 최고치를 경신했던 S&P500 지수는 곧바로 하락반전, 약세로 장을 마쳤다. 미국 국채수익률도 상승폭을 더 확대했다.
바티로모의 권력은 탄탄한 실력과 자신감에서 나온다. 요즘에야 경제 뉴스의 관행으로 자리잡은 사항이지만 그녀는 앵커들 중 처음으로 스튜디오가 아닌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실시간 뉴스를 전달해 방송의 생동감을 높였다. 특히 911 테러 직후 NYSE에서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방송을 전달하던 그녀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은 각인을 남겼다.
실제 지난 2002년 CNN은 바티로모가 당시 진행했던 프로그램 `미드데이 콜`을 분석한 결과 그녀가 우호적으로 언급한 기업의 80% 이상이 당일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제프리 부스 교수도 논문을 통해 "바티로모가 방송에서 언급한 기업의 63%가 1분 내에 주가가 10%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실력 외에 그녀가 갖춘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빼어난 미모다. 같은 이탈리아계 소피아 로렌을 연상시키는 고양이같은 외모를 갖춘 바티로모는 섹시한 외모 덕분에 `머니 허니(Money Honey)`, `이코노 베이브(Econo Babe)`란 애칭으로도 불린다.
패션 왕국 뉴욕에서 종종 베스트 드레서로 꼽힐 정도로 옷과 화장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단어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는 재능도 지녔다. 아무리 CNBC가 경제뉴스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 해도 바티로모의 권력은 방송사가 거저 준 것만은 아닌 셈이다.
바티로모는 지난 196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이탈리아계 부모 밑에서 출생한 토박이 뉴요커다. 뉴욕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경제학도 수학하며 경제전문 앵커로서의 자질을 키웠다. 1988년 CNN에 입사, 제작과 편집 일을 하다가 1993년에 CNBC로 자리를 옮겼다. CNBC는 젊은 시청자 확보를 위해 바티로모를 전략적으로 키웠고 실력과 미모를 모두 갖춘 그녀는 CNBC에서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1999년 현재의 남편인 조너선 스타인버그와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