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신혜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비공식 회의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당장 내달부터 자체적으로 하루 원유 생산량을 8% 늘이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또 OPEC에 하루 200만배럴 증산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에 힘입어 국제유가는 2주만에 처음으로 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사우디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2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내달부터 하루 생산량을 900만배럴로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의 일일 산유량은 835만배럴이다.
알-나이미 장관은 시장 안정, 공급 지속성,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증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관은 이와 함께 OPEC이 하루 생산량을 200만배럴 늘릴 것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2주전 제시했던 증산규모보다 50만배럴 확대된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압둘라 사우디 왕자의 정책 보좌관인 아델 알-주베이르는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원유 생산을 계속 늘릴 준비가 됐다"며 자체 원유 생산량을 900만배럴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주베이르 보좌관은 그러나 일부 언론 보도와는 달리 이번 증산 결정이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재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우디를 제외한 모든 산유국들이 최대 용량으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장에 원유를 추가 공급할 여력이 있는 국가는 사우디 뿐이다.
실제로 70년 이후 알래스카, 북해, 미국, 영국, 노르웨이 등은 유전 감소로 원유 생산을 줄이고 있고 오만, 시리아, 예맨등 비OPEC 국가들도 산유량 감소 추세를 겪고 있다. 오직 러시아, 카자흐스탄, 앙골라만이 산유량을 늘릴 계획이다. OPEC내에서 베네수엘라가 사우디와 함께 유일하게 충분한 추가 생산 여력을 갖추고 있지만 증산에 회의적이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는 현재 830만배럴 정도를 생산하고 있지만 1000만배럴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편 이날 국제 유가는 사우디의 증산 소식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상품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날보다 87센트 하락한 39.93달러를 기록해 지난 5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30달러대로 떨어졌다.
노르웨이 최대 석유회사인 스타톨리ASA의 토르 카르테볼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우디의 이번 조치로 원유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가 7월 중순까지 30∼35달러로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그러나 중동지역 불안과 미국 가솔린시장의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OPEC의 감산 여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이란, 베네수엘라등이 감산에 회의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고 주말 비공식회담에서 산유량의 증산 방안이 논의된다 하더라도 실제 공표되는 것은 내달 3일의 공식회의에서나 가야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