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연말 연이은 청약 접수 결과 서울 동북권 ‘국민평형’(전용면적 84㎡·이하 국평) 분양가 14억원 시대가 자리잡는 모양새다. 다만 중대형 타입은 흥행에 실패하면서 14억원 초과 주택은 여전히 ‘심리적 저항선’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14억원 분양 아파트에 대한 단기차익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향후 동북권 재건축 시장에는 호재로 비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울원 아이파크 주간 투시도. (자료=HDC현대산업개발) |
|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서울 동북권에서는 ‘서울원 아이파크’(공급 규모 1856가구)를 시작으로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509가구), ‘더샵 퍼스트월드’(800가구) 등 대규모 공급이 이어졌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공급이 거의 없다시피 하던 동북권에 한 번에 분양이 쏠리면서 수요자들과 부동산업계 이목을 끌어모았다.
이 때문에 서울원 아이파크가 84㎡ 분양가가 최고 14억원으로 공개됐을 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시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강북권 최초 대규모 복합개발, 고급화 전략을 지향한다 홍보했음에도 가격에 대한 충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보다 앞서 분양을 진행한 ‘더샵 둔촌포레’와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의 같은 타입 분양가는 각각 최고 13억 9300만원, 12억 7000만원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흥행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서울원 아이파크의 1순위 일반청약를 보면 84㎡ 기준 346가구 모집에 9685건이 접수돼 27.99대 1을 기록했다. 이후 진행된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84㎡(분양가 13억 9000만원) 역시 72가구 모집에 2023건이 몰려 28.09대 1을 찍었다. 올해 마지막 동복권 청약인 더샵 퍼스트월드 역시 84㎡(최고 13억 6800만원) 기준 206가구 모집에 1542건(7.48대 1)이 몰렸다.
다만 14억원을 넘는 중대형 타입은 심리적 저항선이 여전한 모습이다. 더샵 퍼스트월드는 84㎡ 초과 타입에 대해서는 ‘계약금 5%’라는 강수까지 내걸었지만 98㎡에서는 327가구 모집에 649건만 지원해 1.98대 1에 불과한 경쟁률을 보였다. 118㎡ 타입에서는 미달을 기록했다. 서울원 아이파크 역시 대형 타입은 저조한 결과를 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북권 국평 분양가는 14억원이 기준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이에 힘입어 그간 재건축을 노리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구축 아파트 단지들의 고민도 한층 덜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장위 뉴타운도 13억원대 가격이 형성됐기 때문에 동북권 신축은 14억원이 기준선으로 형성됐다고 보면 된다”면서 “재건축 일반분양도 최소 14억원에 이뤄질 경우 ‘미미삼’(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의 조합원 분담금은 5억원 전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4억원도 고가에 해당하기에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소장은 “14억원 기준 아파트로 중도금 이자와 옵션, 각종 제반비용을 더하면 총 15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17억원을 찍어야 1억~2억원 정도 남기는 건데 쉽지는 않을 거다. 되파는 용도라면 10년은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