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관련 정책대출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디딤돌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전세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버팀목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려 16일 대출 신청분부터 적용한다. 주택자금 정책대출 금리 인상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지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으며 정부도 여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은행권 가계대출은 25조 9000억원이나 늘었다. 이 가운데 지난달에만 5조 5000억원이 늘어 하반기 들어서도 급증세가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가계대출 급증에는 정부가 관장하는 정책대출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을 예로 들면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액이 4조 2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76%를 차지했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정부가 기금을 통해 금리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부담을 대폭 줄여 주는 대출 상품이다. 취약 계층의 주거안정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다. 하지만 국가적 현안으로 등장한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역행하는 사례는 또 있다. 금융당국은 6월 말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의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시기를 7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는 금리변동 위험에 따른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한도를 줄이는 조치다. 자영업자 등의 자금난 완화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연기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가계대출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규제를 연기한 두 달 동안 규제 시행 전 대출을 최대한 받아 두자는 식의 ‘막차 수요’를 촉발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처럼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흔들리는 것은 국토교통부와 금융 당국 간의 상이한 정책 목표 사이에서 우선 순위와 조정력의 부재가 원인이다. 이는 경제정책의 총괄 사령탑인 기획재정부가 조정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연기는 금융 당국의 판단 오류와 안이한 대응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