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실업률이 4.3%까지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경기침체 우려는 과하다고 본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는 월가의 과도한 요구일 뿐, 연준은 순차적으로 계단식 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이다.”
강인봉 뉴욕주의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7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긴급인터뷰에서 최근 변동성이 커진 미국 경제 및 시장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고 경제규모가 큰 뉴욕주의 ‘경제브레인’ 역할을 20여 년간 맡고 있는 ‘베테랑 전문가’다.
그는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자 데이터를 재점검했지만, 단기간에 경기침체 가능성은 작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리세션(경기침체)은 크게 산업생산, 소득, 소비, 고용 등 4개 지표를 보고 판단하는데 일부 둔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고용둔화가 조금씩 두드러지고 있지만 신규고용 증가 폭도 매월 평균 17만~18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경기침체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경기침체를 가늠하는 ‘삼의 법칙’(Sahm’s rule)이 발동한 것과 관련해서는 “삼의 법칙은 불황이 언제 시작될지를 예측하는 법칙이 아니라, 경제가 불황이라고 할 때 정부가 재정 투입을 언제 할지를 가늠하기 위해 만든 법칙”이라며 “팬데믹 이후 노동공급 부족현상이 2여 년간 지속한 비정상 상태를 지나 이제 고용시장이 안정화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기 둔화는 연준이 고금리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락은 고용침체 우려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촉매로 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저렴한 엔화를 빌려 해외자산에 등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전략) 청산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 연준이 금리 인하가 예상된 상황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풀릴 가능성이 있었는데 실업률 상승이 하나의 구실을 마련해준 것”이라며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때까지 당분간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시장 변동성 때문에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시장의 요구대로 긴급 금리 인하를 하고, 연속 빅컷에 나선다면 경기침체 우려를 더 고조시키면서 시장을 더욱 교란시킬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과 고용 둔화 지표를 차분히 지켜보면서 순차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