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젊은층 대부분이 이 나라에서 내 후손을 키울 수 없다는 동물적 판단을 하고 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이데일리가 주최한 ‘한국 경제 반등의 조건’ 좌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가 왜 살만한 곳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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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낳은 자식이 나보다 못 사는 시대에 살아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MZ세대(1980년~2010년대 초반생)는 유사 이래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1960~70년대 혹독한 가난 속에서도 자식을 여러 명 낳아 키웠던 것은 ‘20년간 자녀를 공들여 키우면’ 부모보다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인데, MZ세대에겐 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내 자식이 최소한 나(부모)만큼, 그 이상 잘 사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아이가 성인이 돼서 경제적으로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게 하려면 높은 생산성을 가진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생산성이 높아진 사회에선 인구 등 노동 투입이 올라가고 자본 투입도 증가한다는 게 학계의 결론이다. 숱한 전문가들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혁을 요구했지만, 막상 추진하려니 각종 이해관계에 부딪혀 한 발짝 떼기가 쉽지 않다.
이제 판단의 기준점을 ‘생산성’에 둘 필요가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일시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지 고민할 때다. 또 실업급여를 강화할지, 고용을 나눌지 생산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 애플의 높은 생산성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과연 우리 사회는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나올 법·제도·교육 환경이 갖춰져 있나.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2050년께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하고 2070년께 총인구가 4000만명을 밑돌 것”이라는 한은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