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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 이후 6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스라엘·하마스간 분쟁이 어떻게 확산할지 예측 불가인 상황에서 금통위는 ‘매파’(긴축 선호) 색채를 강화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 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당초 이 총재는 내년말께 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을 기록해 목표치(2%)로 수렴할 것으로 봤지만, 중동 사태로 인해 그 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몇 주가 중요하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적합할 것 같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8월 예측했던 물가 하락 속도가 더 늦어지지 않겠냐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8월에는 브렌트유가 하반기 평균 배럴당 84달러가 될 것으로 전제했으나, 이미 브렌트유는 이달 18일까지 기준으로 86달러를 넘어섰다. 중동분쟁과 미국의 견조한 경기, 고금리 장기화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도 1360원 턱밑까지 올랐다. 수입물가는 9월 전월대비 2.9% 오르는 등 석 달째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분쟁이 최악으로 번져 국제유가가 급등해 경기는 더 침체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이 총재는 ‘물가’에 중점을 두는 현재의 통화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 충격이 왔을 때 1차적 가격 반응보다는 2차적인 역효과를 고려해 근원물가를 봐야 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답”이라면서 “중동 사태가 심각해지면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속에 금통위원간 이견은 커지는 모습이다. 2월부터 8월까지 5회에 걸쳐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모두가 금리를 3.75%로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으나 이번엔 5명만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나머지 1명은 ‘금리 인하·인상’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는 쪽으로 변했다. 중동분쟁이 악화됐을 때 물가 상승 위험도 있지만 경기침체 위험도 크다는 취지에서다.
금통위원들 의견이 이전과 비교해 완화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3.75%를 지지하는 5명 위원 중 1명은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자’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에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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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금리 인하 조건은 2%대 물가인데 이는 내년 8월 물가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이르면 내년 3분기쯤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면서도 “전기요금, 지하철 요금 등이 시차를 두고 인상할 수 있어 2%대 물가 확인이 늦어질 수 있다. 내년 4분기나 내후년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더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더 어려워진 분위기다. 이 총재는 “미국 등 선진국은 중립금리가 올라가고 우리나라는 내려갔을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나라 중장기 채권 금리가 미국을 따라서 급등하는 것을 보면 고민이 많다”며 “이론적으로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면 통화정책은 외국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 중장기 금리가 미국과 동조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선진국 중립금리가 올라가고 우리나라가 내려가면 독립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영향을 받아 어떤 변화가 있을지 공부하고 있지만 답이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의 시장 상황만 고려하면 한은이 연준 통화정책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3.7%, 2.5%로 종전보다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한다”며 “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 5월서 8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