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밤늦게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언론에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했다.
LH 혁신·건설 카르텔 혁파와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이날 밤 9시가 넘은 시점에 공지됐다.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밤 9시 넘어 언론에 공개한 것은 그만큼 이 문제를 ‘국가적 비상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마무리하고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카눈’도 큰 탈 없이 소멸하자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건설 카르텔 혁파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출범한 LH는 여전한 자리 나눠 먹기와 칸막이 문화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뿌리 깊은 LH의 이권 카르텔과 먹이사슬 구조를 고려하면 아무리 정부가 반 카르텔을 외쳐도 변화는 어렵다. LH의 환골탈태 선언도 한두 번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번엔 진짜로 달라져야 한다. 추가 부실을 발견한다면 국민의 주거 안전을 위해 재시공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임해야 한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인 해결책이 졸속에 그친다면 주거 불안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이번 LH 사태를 통해 드러난 복잡한 이권과 비리를 근절하려는 윤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높이 살 만하다. 다만 여론에 떠밀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책으로 전락하질 않길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LH도 고질적 병폐를 이번 기회에 싹 뜯어고치도록 강도 높은 조직 쇄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