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생 빚 권하는 '학자금 무이자법'

  • 등록 2023-05-25 오전 6:00:00

    수정 2023-05-25 오전 6: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이자가 없다면 일단 대출받은 뒤 주식에 투자하면 이익이 될 것 같다.” 최근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뒤 나타난 부작용이다. 대출이 필요하지 않았던 학생조차 빚을 내 투자하려 한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청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라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가상화폐 투자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 논란으로 등 돌린 청년 표심 때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해당 법안으로 무분별한 학자금 대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은 직장을 구한 뒤 일정 소득(올해 기준 2525만원)을 올려야 원리금 상환 의무가 발생하는 제도로 소득 8구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지금은 군 복무자나 저소득층에 한 해 대출 이자를 면제하는데 해당 법안에는 대출자 모두에게 무이자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출자에게 상환 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은 평균 5.7년 후다. 이자가 없으니 일단 대출을 받고 5~6년간 이 돈을 주식에 투자하자는 발상도 이 때문에 나온다. 비단 주식뿐만 아니라 은행 예·적금으로 묶어놔도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

ICL은 국가장학금 차액에 해당하는 등록금에 더해 생활비(연간 350만원) 대출도 가능하다. 학생들은 마음만 먹으면 연간 750만원 이상을 손에 넣을 수 있어 심각한 후과가 우려된다. 대출의 위험성을 배워야 할 학생들에겐 교육적으로도 해가 된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졸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 대학 진학률은 73%로 나머지 27%는 무이자 대출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 국민이 낸 세금이 특정 집단을 위해서만 쓰이는 셈이다. 해당 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이기에 아직 보완할 시간이 있다. 정치권은 빚을 내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까지 무분별한 대출을 받지 않도록 법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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