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월 개통한 인천대교에서 현재까지 투신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59명으로 집계됐다. 투신 사망자는 개통 초기인 2010년 처음으로 2명 발생했고 2011년 0명이었다가 2012년부터 매년 1명 이상 나왔다. 2020년까지 연간 6명 이하였던 사망자는 2021년 8명, 지난해 17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3월 4명이 인천대교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민간업체에 책임 떠미는 정부
전체 길이 21.4㎞(인천 송도~영종도)인 인천대교는 국토부가 영종도 인천공항 이용 편의 등을 위해 민간투자사업으로 건립한 것이다. 인천대교㈜는 시행사로 참여했고 현재 운영을 맡고 있다.
교량사업을 추진한 국토부는 인천대교에서 투신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알면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자살예방 책임이 인천대교㈜에 떠맡겨져 있는 모양새이다.
인천대교㈜는 지난해 12월 투신 시도자들이 타고 온 차량을 교량 중심 3㎞ 구간 양 방향 갓길에 정차하지 못하게 플라스틱 드럼통 750개씩을 놓았지만 예방 효과는 미미했다. 투신 시도자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드럼통을 밀치고 갓길에 정차했기 때문이다. 갓길 바로 옆에는 1m가량 높이의 난간이 있어 바다로 뛰어내리기가 쉽다. 교량 중심 난간에서 바다 수면까지는 70m 높이로 떨어지면 바다에 부딪히는 충격이 커 구조돼도 생존하기 어렵다.
인천대교㈜는 다리 위에 설치된 CCTV 10여대와 센서를 통해 투신이 의심되는 사람이 갓길에 나타나면 경고방송을 하고 순찰차를 출동시켜 안전조치를 하지만 다수의 투신 시도를 막지 못했다.
|
이어 “서울시가 마포대교 등에 설치한 안전난간 방안도 고려했으나 인천대교는 해상교량으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고 태풍 경로에 포함돼 안전문제가 있다”며 “풍동(바람 영향 실험 장비) 실험을 인천대교㈜가 하기로 했고 결과를 본 뒤 이 업체가 설치하도록 설득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측은 “교량 난간이 너무 낮다. 안전시설 설치가 필요한데 인천대교㈜는 설치비로 60억~100억원이 필요하다며 풍동 실험도 안한다”며 “바람 문제도 있지만 우선 실험부터 하고 어떤 식으로 난간을 설치할지 고려해야 한다. 복지부 예산으로는 할 수 없는 사업이다”고 밝혔다.
서울과 비교되는 인천대교
한강에 교량을 건립한 서울시는 마포대교 등에서 투신 사망자가 계속 나오자 일부 교량의 난간을 높이고 와이어 센서, 회전체를 설치했다. 이러한 노력 등으로 한강 전체 교량(21개) 투신 사망자는 2019년 20명에서 2020년 18명, 2021년 13명, 2022년 4명으로 줄었다.
인천대교㈜도 안전난간 설치 방안을 검토했으나 바람의 영향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인천대교㈜ 관계자는 “인천대교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난간을 높이기에 토목구조상 힘들다”며 “자살예방 대책 수립 용역은 하지 않았다. 안전난간 설치는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대교㈜측은 국토부의 설명과 달리 안전난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천시는 인천대교가 국토부 소관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시는 2021년 6월부터 “인천대교에 자살 방지 시설이 필요하다”며 국토부 등에 대책 마련 의견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해당 교량은 국토부와 인천대교㈜가 건립한 것이어서 인천시에 권한이 없다”며 “난간 설치 등의 대책 마련과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국토부, 인천대교㈜, 보건복지부 등에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그나마 작년 말부터 정부부처가 관심을 갖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인천대교 주변에서 매일 순찰 업무를 할 뿐 자살예방 활동은 하지 않는다. 인천대교㈜에 안전그물 설치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밝혔고 인천경찰청측은 “정부부처가 자살예방 협의를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