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개미들이 서서히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개인들이 안정적인 예·적금에 넣어뒀던 자산을 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를 시작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포착된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나타났던 ‘역(逆) 머니무브’가 서서히 끝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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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월 코스피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8조1859억원으로 전월(6조9682억원)보다 17.48% 늘어났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2230선에서 2460선으로 9.67% 상승하고, 코스피 시가총액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005930)가 6만원대를 회복하자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1월만 해도 6조2315억원을 팔며 차익실현에 나섰던 개미들은 이달 들어 8720억원을 사들이며 증시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미 증시 주변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늘고 있다. 예탁금은 지난해 말에는 46조4484억원에 머물렀지만 지난 1일 기준 51조5217억원로 증가하며 작년 10월 수준을 회복했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대기자금이라고도 불린다.
개미들이 다시 증시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77%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2012년(3.4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물가가 더 크게 뛰면서 실질금리는 뒷걸음질을 쳤다. 지난해 저축성 수신금리(2.77%)에서 물가 상승률(5.1%)을 뺀 실질금리는 -2.33%로 곤두박질쳤다. 이 가운데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종료를 선반영해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금리는 내리는 반면,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외국인이 코스피를 8조1947억원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리자 눈치를 보던 개미들도 서서히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증권가는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여전히 미국의 긴축 완화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진행 중인 데다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인사들은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14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인플레이션(물가)에 대한 판단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 국면이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얘기다.
또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처참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29.6% 줄어든 25조5000억원에 그친다. 작년 3분기(54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최근 한 달 사이 17.7% 줄어들고 있다.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피 지수는 오르는 만큼 이미 밸류에이션(가격) 부담이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결국 기업실적 등 근본이 되는 데이터들이 실제로 건전하다는 것이 확인돼야 주요 지수가 한 단계 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머니무브가 가속하면서 개미들의 매수세에 지수가 오르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목소리도 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반까지 우호적인 글로벌 융성 환경이 조성되면서 향후 코스피는 2500선을 상향 돌파 및 안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매수 대기자금에 코스피의 저점은 기존보다 서서히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