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영화투자·배급사업 업체인
쇼박스(086980)는 최근 마움스튜디오를 대상으로 한 1316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마움스튜디오 측이 납입기일 내 증자대금을 납입하지 않았고 이행여부 확인요구에 회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조달이 무산되면서 쇼박스는 마움스튜디오와 협업해 펼치려 했던 글로벌 콘텐츠 사업 등 계획해 둔 사업을 일부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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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증시 거래량은 급감했고, 유상증자도 쉽지 않아진 상황이다.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 역시 미루거나 공모가를 낮추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몸값을 낮춰가며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흔들리는 주식시장 상황으로 인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기업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 KIND 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상증자 결정 철회 및 변경 등 공시 번복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은 총 12건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공시를 통해 밝힐 정도로 충분히 결정된 유상증자 등 투자결정을 뒤집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 거래대금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3262억5800만원으로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0월12일 코스피 거래대금 12조7676억5000만원과 비교할 때 42.6% 감소했다.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가 어려워진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IPO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16개 기업 중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3개에 불과했고, 상단으로 결정된 기업은 6개였다. 하단으로 확정한 기업은 2개, 하단 미만은 5개로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희망밴드 최하단이나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모가를 확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증권시장안정화펀드(증안펀드) 투입 방안을 이달 내 발표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 부진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하고 있는 만큼 증안펀드 투입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조달하는 자금은 장기성 자금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이 오래 버틸 수 있는 곳간 역할을 해준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어렵고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지면서 신용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