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과감한 규제혁신 등을 통해 창의적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족쇄를 풀고, 모래주머니는 벗겨드리겠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외국인의 국내 투자활동과 관련된 모든 제도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개선하겠다.”(한덕수 국무총리)
민간 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가 규제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이 활발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를 막는 규제를 어느 정권보다 확실히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도 약속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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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목표는 복잡하고 민감한 이른바 ‘덩어리 규제’ 개선이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까지 신설하고, 국무총리가 직접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 발표자로 나섰던 것도 어려운 덩어리 규제를 제대로 풀어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제는 윤 정부가 규제 개혁 기대성과로 ‘기업 투자 활성화’만 강조할 뿐 국민 다수의 이익까지 도달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규제개선을 통한 기업 활성화가 특정 기업·집단이 아닌 국민 다수의 혜택이라는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만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 덩어리 규제개혁을 하겠다면 더욱 그렇다.
한 총리가 지난 6월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전체 국민을 위해서 균형적인 이익을 갖추기 위한, 국민을 위한 규제개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돌이켜보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는 그나마 국민적인 설득이 쉬울 것으로 보고 규제심판회의 첫 안건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상정하려 했으나 결국 여러 단체의 반발로 본격적 논의도 못하고 멈춰섰다. 국민 다수의 이익이라는 설득 없이 추진하니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소상공인 등 반발에 바로 움츠러든 것이다. 이미 시민단체는 “정부가 재벌 대기업의 민원해결사 역할만 하려고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 다수를 설득하지 않은 규제개혁의 끝은 이명박(MB) 정부가 이미 보여줬다. MB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기업친화(Business Friednly)’ 기조를 내세우며 강력한 규제개혁을 추진했으나, 지지율 하락에 2년도 버티지 못한 채 ‘동반성장’과 ‘친서민 중도’로 급선회하고 정권을 마무리했다. 당시 대통령 직속으로 규제개혁을 총괄했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정권 중반으로 갈수록 회의 개최 빈도도 줄고 통솔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규제개혁 성과도 민심도 모두 잃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대다. 여느 정권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 설득과 동의를 받아야 규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MB의 실패를 재현하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