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성수동 도원에서 여인택 피치스그룹 대표를 만났다. 피치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기반으로 자동차 하위문화를 확장 중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여 대표는 “피치스가 정형화 된 생각을 하는 곳이 아니다보니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이 받는다”면서도 “특정 사업영역을 정해 놓지는 않고 있지만 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가 일관되게 얘기한 건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차(車) 튜닝 관심이 사업으로 이어져
피치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동차’다. 이 회사는 자동차 문화를 토대로 패션, 음악, 영상 등을 접목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첫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이름 도원(D8NE)의 이름에 들어간 ‘8’은 자동차 바퀴 두 개와 무한대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어떠한 영역도 구애받지 않고 자동차 문화와 멋을 무한대로 확장한다는 취지에서다.
|
여 대표는 “출판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 수익으로 투자를 해 돈을 더 벌었다”며 “2014년 내 차를 처음 사면서 자동차 튜닝의 길에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영어권에서 은어처럼 뒤태가 예쁜 자동차를 복숭아라고 부르는 문화가 있다”며 “2017년 피치스란 로고를 만들어 제 차에 붙인 게 시작이었다. 좀 더 새롭고 멋진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게 된 게 피치스”라고 덧붙였다.
|
자동차 튜닝뿐만 아니라 패션 사업, 튜닝 자동차 전시 사업, 다양한 브랜드 및 기업과 이색 협업 등을 진행했다. 피치스가 지향하는 멋을 공감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피치스가 붙으면 가장 트렌디한 것’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힙합 레이블 AOMG와 함께한 영상, 일본 포르쉐 전문 튜닝 업체 RWB와의 협업 등 피치스와 엮으면 새로운 유행이 된다. 협업만 하면 화제가 되다보니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줄을 섰다. 현대차(005380)와 SK텔레콤(017670), LG전자(066570), BMW, 한국타이어 등도 피치스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코카콜라와 2번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건 아니지만 피치스가 하는 모든 영역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580% 성장했다. 주된 수입원은 소비자 간 거래(B2C), 오프라인 매출, 기업과의 협업 등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130억원 수준으로 현재 시리즈B 투자 유치도 완료한 상태다.
|
피치스는 올해 어린이 패션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어린이 패션사업의 키워드 역시 자동차다.
여 대표는 “말이 자동차로 대체되면서 승마가 하나의 스포츠의 분야가 된 것처럼 멀지 않은 미래에는 운전하는 행위를 잊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교육적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자동차 운전 조작법을 비롯해 스포츠맨십을 알려주기 위한 카트 교육이나 대회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상도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피치스 이름을 딴 주유소도 9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주유소 이외에도 현재 구상 중인 카테고리에는 주차장, 자동차 극장 등 다양하다. 특히 자동차를 기반으로 피치스가 지향하는 문화와 생각을 더 다양한 사람들이 이해하고 알 수 있도록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여 대표는 “지금 피치스가 인기가 있다고 해서 이 인기가 평생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음악, 만화, 패션 등 직원들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이어 “페이팔처럼 피치스 출신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런 회사를 꿈꾼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