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출간한 장편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이하 ‘휴남동 서점’)를 쓴 작가 황보름이다. 2019년 브런치에서 먼저 연재했던 작품은 전자책 구독서비스 밀리의서재를 통해 공개된 후 독자들의 요청 쇄도에 다시 종이책으로 출간해 역주행 신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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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독자 반응이 보인 건 전자책 출간 이후였다. “당연히 상상도 못했었죠. 지난해 브런치북 출판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돼 전자책으로 나온 뒤 반응이 왔어요. 소설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을 0%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놀랐었죠.”
전자책 누리꾼 평점은 10점 만점에 10점, 리뷰도 매일 빼곡히 올라왔다. 독자를 홀린 이 소설의 힘은 뭘까. 황 작가는 “‘따뜻하다’, ‘위로가 된다’는 독자 평이 많았다”면서 “나와 비슷한 보통 인물이 등장하고, 대부분 갖고 있는 지금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제보다 가뿐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응원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내가 나에게 주지 못했던 응원 같은 게 아닐까”라고 했다. ‘동네’, ‘서점’이라는 소소한 소재를 다루는 따뜻한 공감의 시선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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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책과 닮아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황 작가는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서른 살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7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나한테 10년을 주자’며 조급하지 않기로 결심했단다.
“입사하자마자 ‘아,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했어요. 하하. 일이 즐겁거나, 혹은 일을 잘해내고 싶다거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면 버틸 수 있었을 텐데 전혀 그렇지 못했어요. 꼬박 7년을 고민한 거예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찾아지는 게 아니니까 ‘10년 동안 원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평생하자’는 막연한 생각을 했죠.”
첫 소설 출간 4개월만에 10쇄를 찍은 황 작가지만, 정작 자신은 소설가가 아닌 에세이스트라고 말한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에세이스트를 꿈꿨죠. ‘소설을 또 써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예요. 작법도 모르고 썼는데 ‘소설을 또 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의구심, 호기심도 있습니다.”
황 작가는 다시 IT회사로 출근하며, 다음 책으로 에세이를 준비 중이다. 그는 “출판사와 선 계약하고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주제나 기획,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웃었다.
독자들에게는 “이 사회가, 주변이 말하는 길로 가는 게 정말 잘 사는 길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봐도 된다”면서 “가끔 한번 쉬라”고 짧게 진심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