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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과 논란은 불가피합니다. 올해 산림청의 탄소중립 전략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그 예고편이었습니다.” 어느 국가나 사회·세대에 걸쳐 갈등과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다만 그 갈등과 논란을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 슬기롭게 헤쳐나가면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나갈 수 있고,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면 결국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은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준 해답이다. 그간 한국 사회는 고속 성장기와 민주화 시기를 거치면서 첨예한 갈등이 이어져 왔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 문제를 잘 해결해 왔고, 이제 선진국 대열에 합류, 전 세계의 모범국가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 탄소중립과 관련된 갈등과 논란은 이해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지 힘든 극명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이념과 정치적 성향, 환경과 산림, 미래를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들이 만나면서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산림청으로 대변되는 정부와 환경단체, 전문가, 임업인 등 이해당사자들은 모두 모여 서로의 견해를 공유했고, 양 극단에 있던 생각과 의견은 마침내 합의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한 주역이 바로 강영진(60) 산림부문 탄소중립 민관협의회 위원장이다. 강 위원장은 정부대전청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번에 산림청이 구성·운영한 민관협의회는 향후 우리 사회에 전범이 될 소중한 성공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면서 “이 경험을 잘 살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하게 될 여러 유형의 난제들을 지혜롭게 잘 풀어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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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민관협의회 위원장을 맡게 된 배경은.
△1986~1996년 10년 동안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 우리 사회 갈등을 많이 목격하게 되면서, 미국 유학을 떠나 대화 협상, 갈등 분쟁 해법, 예방법을 전공해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갈등해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귀국한 2003년은 참여정부 첫해이자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놓고 벌어진 ‘부안 사태’가 한창일 때였는데 청와대에서 연락이 와 국가갈등관리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 현장으로 뛰어들게 됐다. 그러다 올해 5월에 출범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서 국민참여분과 위원장을 맡게 됐다. 탄중위는 산업계·시민사회 등과 소통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이행을 주도하는 기구로 현재 참여 중인 국민참여분과위는 탄소중립과 관련한 본질적 사안을 다루는 다른 분과와 달리 전체 우리 사회의 목소리, 의견,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소통하고 반영하면서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도록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산림부문 탄소중립 전략안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민관협의회의 진행자 역할을 하게 됐다.
-산림부문 탄소중립 전략안 중 논란과 갈등이 됐던 사안은.
-30억그루 나무심기를 산림순환경영과 보전·복원으로 수정했다. 그 내용과 의의는.
△‘30억그루 나무심기’는 우리나라 산림의 나이 구조를 개선하고, 후계림을 만들어 탄소흡수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강조한 목표였다. 반면 산림순환경영과 보전·복원은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해 목재로 활용하는 과정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연계와 순환을 강조하며,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고, 산림의 경제·환경·사회적 가치를 다양하게 고려하도록 한 것이다. 다양한 가치를 고려하며, 산림관리를 해 나갈 때에 산림의 경제·사회·환경적 가치가 동시에 제고되고, 이러한 가치에는 탄소 흡수 기능 증진의 혜택이 자연스레 포함된다고 보는 시각의 전환이 담겨 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발전과 관련 합의한 내용은.
-벌기령과 관련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목재를 수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령이 바로 벌기령이다. 이러한 벌기령을 제도로 두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산림 보호를 위해 벌기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당초 전략안에서 우리나라 산림의 나이구조 개선을 위해 일부 산림에 대해서는 탄소 흡수 능력이 최대가 되는 20~30년 수준까지 벌기령을 낮추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이렇게 벌기령을 낮추면 오래 키우지 않고 베어낼 것이고, 목재 활용이나 생태계 보전 등 다양한 가치는 고려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산림청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부분은 삭제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반면 임업계에서는 벌기령 제도는 사유림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강한 규제이고, 이번 합의와는 별개로 벌기령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숲의 탄소흡수량과 관련된 논란이 치열했다. 이 사안에 대한 논의는.
△이 사안은 전문성이 강한 영역으로 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전문가 그룹회의를 별도로 구성해 흡수량 산정 근거 등을 검토했다. 산림과 환경 양측에서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그룹에서 함께 검토·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공동보고서를 작성해 협의회 본회의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산림분야 온실가스 흡수량 통계는 국제기준(IPCC 지침)에 따라 산정하고, 숲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산림의 연간 생장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2050년 순흡수량도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만 분석 모델이나 시나리오에 따라 흡수량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등 감소하는 추세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흡수량이 가장 많은 지상부, 지하부의 탄소 저장고 외에 미산정되는 토양, 낙엽층 등도 2006년부터 조사 중이고, 국제 기준에 따라 20년간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으로 계획된 일정에 따라 흡수량 통계로 산정할 예정이다. 다양한 나이와 다양한 수종이 혼재돼 있는 숲의 생장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지속적인 학제간 공동 연구나 학술교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강영진 위원장은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미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협상·분쟁해결 전문과정 수료 △미 조지메이슨대 갈등해결학 석·박사 졸업 △동아일보 기자 △미국 버지니아주대법원 분쟁조정인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겸임교수·갈등해결연구센터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자문위원 △3차에너지기본계획WG 갈등관리·소통분과장 △제주 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위원장 △한국갈등해결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