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쇼한다' 비난 檢이 자초"…김준규 前 검찰총장의 쓴소리

"'쇼', '엉터리 수사' 비판 나오는 것 자체도 검찰 잘못"
"현 정권, 노무현 사망 후 검찰 원수로 생각"
"20년 이상 검찰 개혁하는 나라는 처음 봐…안착 중요"
  • 등록 2021-10-29 오전 6:00:00

    수정 2021-10-29 오전 10:35:57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이번 (대장동 의혹) 수사가 국민들이 검찰을 믿어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검찰은 다 끝난 것입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서울 종로구 가회동 일백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검찰총장을 지낸 김준규 전 검찰총장(66·사진·사법연수원 11기)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검찰의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수사에 대해 이 같이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장은 검찰에 ‘소신 있는’ 수사를 강조했다. 그는 “본인들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아도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실패한 수사다. 보이는 것까지 잘하려면 단단하게 나가야 한다”며 “‘쇼한다’, ‘엉터리 수사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자체도 검찰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매머드급의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지만, 연일 부실·늑장 수사 논란을 낳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 실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기소 시 배임 혐의 미적용, 윗선 규명을 위해 애초부터 증거 확보 필요성이 제기됐던 성남시청에 대한 뒤늦은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 의지조차 의심 받고 있다.

김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현 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 등을 명분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통해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축적된 검찰 수사 역량 사장으로 인한 범죄 대응 능력 약화,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 등 우려했던 문제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총장 시절 이전부터 검찰 개혁 이야기는 나왔는데 어떤 개혁에 대해 20년 넘게 하는 나라는 없다”며 “한 번 개혁해서 제도를 바꿨으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권은 노무현 대통령이 사망하고 나서 검찰을 원수로 생각한다”며 “국민의 절반도 검찰을 우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으니, 그것을 명분으로 검찰을 때렸다”고 분석했다.

김 전 총장 역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잦은 검찰 개혁으로 형사사법 제도 자체가 무너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검찰은 모두에게 군림하면서 욕을 먹었고 그러다가 망가졌다. 검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면서도 “다만 개혁을 몇 년 안에 끝내고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20~30년 검찰 개혁하는 나라는 역사상 처음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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