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올들어 주요 20개국(G20) 중 세 번째로 큰 절하폭을 보이고 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 터키·아르헨 다음으로 많이 떨어진 원화…‘프락시 통화’ 신세 전락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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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전망에 달러가 강세를 보인 탓도 있지만, 우리 수출 경기에 영향을 주는 꽉 막힌 공급망, 전력난 등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즉,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은 경기 회복을 이끌었던 반도체 등 수출 둔화 우려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외국환중개와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달러대비 G20 국가들의 통화 가치를 분석한 결과 연초 이후 원화는 12일 기준(종가 1198.80원)10.4% 폭락(원·달러 환율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터키 리라화가 22.7%,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17.9% 떨어졌는데 그 다음으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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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는 어쩌다 이렇게 추락했을까. 원화 약세를 단순히 달러 강세로만 해석하긴 어렵다.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5.1% 상승하며 94.5선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고 공급망 적체 등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점이 반영된 것이다.
문제는 달러는 5% 올랐는데 원화 가치는 10%나 떨어졌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만 주식을 30조원 넘게 내다 팔면서 원화 약세에 영향을 준 데다 전력난 등에 중국 내 일부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우리나라에 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6%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여기에 최근엔 반도체 업황 악화까지 번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출보다 수입 증가율이 더 커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석 달 연속 감소했다. 교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200원을 넘서 추세적인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중국 관련 리스크 해소 여부와 유가 안정 여부가 환율의 추가 상승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급망 병목,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지속한다면 내년 초엔 환율이 125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