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이 양복 대신 한복을 입은 것에 전통복식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국무회의라는 공공의 영역에서 한복 차림이 주는 의미는 클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한복을 착용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정례적 기회가 될 것이며, 공무원의 한복 착용은 민간의 그것과 비교될 수 없는 상징성을 띠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차림은 한복이 공직사회에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TV를 비롯한 각종 시각 매체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전달돼 한복에 관한 관심과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도 높일 것이다.
우리는 2005년 APEC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이 일곱 색의 두루마기와 한복을 우아하게 차려입었던 사진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이영희 한복디자이너는 전통적인 색상과 소재에 고름 옆에 작은 매듭단추를 달아 고름의 위치를 잡고 입기 편하도록 제작했다. 그래서 각국 정상들은 한복을 간편하게 입고 체형에 상관없이 품격을 나타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한복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고 현대적이지 못한 옷이라는 불합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전통사회 한국인에게 최적화돼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온 한복을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에 맞출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복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 준 계기였다.
일상에서의 한복이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K-패션으로서 아름다운 한복이 일상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공공의 영역에서부터 한복의 상용화가 시작돼야 한다. 그런 흐름이 밑바탕이 될 때 아름다운 한복은 자연스럽게 패션으로서 현대인의 라이프에 스며들 수 있다.
김은정 한복문화학회 회장